한국전쟁 중 민간인을 집단학살한 '거창 사건' 피해자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소멸시효 없이 배상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단을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거창 사건 유족 A씨 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4일 밝혔다.
거창 사건은 1951년 경남 거창군 신원면 일대에서 한국 육군 11사단 병력이 3일에 걸쳐 지역주민 수백 명을 학살한 사건이다. 지난 1996년 '거창사건 등 관련자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조치법'이 제정돼 사망자와 유족을 인정하는 결정이 내려졌고, 1998년 피해자 유족으로 결정된 A씨 등은 2016년 소송을 냈다.
1, 2심은 소멸시효가 지났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했다. 과거 대법원이 거창 사건과 관련해 "과거사 정리위원회 활동이 종료된 2010년 6월30일부터 3년 안에 권리를 청구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 근거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과거 판결의 근거가 된 '장기소멸시효'가 위헌으로 결정돼 더는 종전의 판례를 근거로 피해자들의 청구를 기각할 수 없다며 사건을 다시 판단하게 했다. 헌법재판소는 2018년 8월 "중대한 인권침해나 조작 의혹 사건,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 등 과거사 사건 피해자의 국가배상 청구권은 일반적인 국가배상 청구권과 달라 민법상 소멸시효를 적용할 수 없다"며 위헌 결정을 내렸다.
대법원은 "거창 사건은 과거사정리법에 따른 1945년 8월15일부터 한국전쟁 전후의 시기에 불법적으로 이뤄진 민간인 집단 희생사건에 해당한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장기소멸시효를 적용해 원고들의 청구를 배척해 파기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