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에 이어 동남아 금융시장에 진출한 지방은행들이 기업금융을 중심으로 외연을 넓혀 나가고 있다. 규제 환경이 국내와 다르고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시기인 만큼 지방은행이 지닌 강점인 지방 기업과의 연대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 베트남 호찌민에서 만난 박종관 BNK부산은행 호찌민지점장은 “2022년 말 기준 여신은 7000만 달러(약 871억 원), 당기순이익은 200만 달러(약 25억 원)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순이익이 56만 달러(약 7억 원)였던 전년 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2배 이상 외형과 수익이 늘어난 셈이다.
지방은행들의 동남아 진출이 본격적으로 진행된 것은 2010년대 후반부터다. 부산은행은 2016년 지방은행 중 처음으로 베트남에 진출해 호찌민에 지점을 세웠다. 박 지점장은 “‘빅 푸시가 되려면 한국 기업에 더해 현지 기업 여신을 반드시 해야 한다”며 “베트남 진출 8년 차에 접어든 만큼 현지 우량 기업에 대한 기업금융(IB) 딜 등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박 지점장은 2020년 12월 부임 당시까지만 해도 전무하던 현지 기업 여신을 지난해 말 기준 1200만 달러(약 149억 원)까지 끌어올렸다. 부산은행은 지난해 성과를 바탕으로 올해 말께 여신 규모를 1억 달러(약 1244억 원)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부산은행은 지난해 4월 호찌민지점에 3500만 달러(약 436억 원) 규모 증자를 실시하기도 했다.
지방은행들이 치열한 동남아 금융시장에서 내세우는 경쟁력은 ‘네트워크’와 ‘친근감’이다. 동남아 각지에 진출한 국내 지방 건설사, 제조 기업 등과의 네트워크를 살리는 한편 향토 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접근하는 식이다. 특히 부산·경남 지역 협의체는 부산은행이 베트남에서 지방은행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네트워크다. 2011년 결성된 베트남부산투자기업연합회에는 부산은행이 은행 중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베트남경남지역연합회도 만들어졌는데 부산은행이 계열사인 BNK경남은행을 대신해 참여하고 있다. 한국 본점의 지원도 든든하다. 부산·경남 지역의 기업이 베트남에 투자한다는 정보는 바로 호찌민지점에 전달된다. 남보다 먼저 해당 기업에 찾아가면 거래를 틀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컨대 A 기업이 베트남에 법인을 세우기로 결정해 부산은행이 A 기업과 베트남 현지법인의 자본금 거래를 시작하면 그 다음 단계인 설비투자 등에 필요한 자금 거래를 쉽게 유치할 수 있다. 박 지점장은 “베트남 남부에는 신발이나 봉제·화학 관련 부산·경남 기업이 다수 진출해 있고 부산은행 한국 본사와 거래가 없더라도 MGM(Members Get Memvers) 방식으로 영업이 성사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부산은행뿐 아니라 다른 지방은행들 역시 해외 진출에 한창이다. 전북은행은 최근 백종일 캄보디아 프놈펜상업은행장을 신규 행장으로 선임하고 해외 사업 강화 등을 미래 전략으로 제시했다. 전북은행의 동남아 네트워크는 2018년부터 시작한 외국인 근로자 대출에서 시작됐다. 신용도가 낮다 보니 대형 은행들은 외면했지만 취업 비자를 받고 2년간 체류하는 동안에는 소득이 보장된다는 점에 착안한 외국인 대출은 현재 전북은행의 효자 상품으로 꼽힌다. 동남아 시장 외 시장 공략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4월 BNK경남은행은 우즈베키스탄의 수도 타슈켄트에 해외 사무소를 세우고 현지 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