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중앙의료원(NMC) 전문의협의회가 17일 정부를 향해 국가 중심 병원으로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는 신축 이전을 요구하며, 국민들의 지지를 구했다.
협의회는 이날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전문의협의회 임시총회를 개최한 결과 회원 98%가 기획재정부의 결정을 불수용하기로 했다"며 "기획재정부가 통보한 신축 이전 사업 규모로는 국립중앙의료원이 부여받은 필수중증의료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감염병 위기 등의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임상적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1000병상 이상의 신축 병원이 필요하다는 게 협의회의 논리다.
협의회는 "단순히 진료권 내 병상 수라는 산술적인 기준으로 병원 신축 규모가 결정돼서는 안 된다"며 "복합적 질환과 임상적 난이도가 높은 질환을 가친 취약 계층을 위해 적정 진료를 할 수 없다면 공공의료의 안전망은 포기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1958년 설립된 중앙의료원은 비좁은 공간과 시설 노후화로 2003년부터 이전 논의가 시작됐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코로나19 등의 감염병 위기를 겪을 때마다 중앙감염병병원으로 지정돼 국가 의료체계 내 역할이 커지면서 비로소 병원을 의료원 인근 미국 공병단 터로 이전하고, 중앙감염병병원을 함께 짓는 사업이 추진될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 기재부가 의료원 이전 지역 인근에 대형병원이 여럿 있다는 이유로 보건복지부가 신청한 NMC 신축·이전 사업비를 축소한다고 통보하면서 760병상 수준으로 대폭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 2021년 4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유족이 감염병병원 건립을 목적으로 7000억 원을 기부하면서 어렵사리 첫 발을 뗀 NMC 신축 이전 사업이 예산 문제로 난항을 겪자 의료계 안팎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국립중앙의료원지부는 이날 서울 중구 NMC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로 65년 된 오래된 시설과 건물, 급조된 가건물들은 국가 감염병 컨트롤 타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열악하다"며 “기재부의 총사업비 축소 결정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건의료단체인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와 무상의료운동본부는 전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공공의료 공격에 나선 상징적 사건"이라며 "돈 없고 힘없는 사람들의 목숨과 건강을 빼앗는 짓"이라고 규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