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여야의 신경전이 갈수록 날카로워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체포된 지 한 주 만에 입국하자 “조폭과의 검은 거래는 감출 수 없을 것”이라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설 연휴를 앞두고 검찰이 재차 소환장을 보낸 것은 설날 민심을 염두에 둔 정치적 공세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 전 회장 체포와 관련해 여당은 물론 야당 내에서도 “사법 리스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이 대표가 안팎으로 어려움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민의힘은 17일 김 전 회장이 해외 도피 끝에 귀국한 사실을 강조하며 민주당을 향해 맹공을 퍼부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대표의 주변 인물들을 보면 한때 여당 대권 후보였고 현재 제1 야당 대표가 맞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토착 세력과 조폭이 결탁해 국가를 허무는 일이 벌어졌다”고 비판했다. 성 정책위의장은 특히 김 전 회장이 이 대표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한 것을 거론하며 “이제 조폭 출신 김 전 회장이 귀국하니 이 대표는 실드를 치고 있다”며 “자신의 비리를 덮기 위해 정치 탄압이라고 비난하지만 조폭과 손을 잡고 토착 세력과 검은 거래를 했던 부정 비리 의혹은 덮을 수가 없다”고 쏘아붙였다.
국민의힘은 쌍방울 계열사의 주요 임원진이 이 대표와 가까운 인사로 채워졌다고 강조했다. 김석기 사무총장은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를 비롯해 이재명 대선 캠프 법률지원단장, 이재명 전 변호인, 전 경기도 고문변호사 등 이재명 주변 인물들 다수가 쌍방울 사외이사를 지냈다”면서 “심지어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대선 후보 만들기 1등 공신인 이해찬의 수행비서도 쌍방울 계열사 사외이사로 재직 중이라고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김 전 회장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자제하면서 검찰의 수사가 부당하다는 점을 집중 부각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권의 정치 검찰이 현직 야당 대표에게 6일 만에 다시 출석을 요구하고 나섰다”며 “설 밥상에 윤석열 정권의 실정이 올라올까 전전긍긍하며 야당 대표 악마화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라고 규탄했다. 10일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이 대표를 불러 조사한 검찰이 이번에는 ‘위례·대장동 개발’ 의혹을 고리로 1주일도 안 돼 소환 통보한 점을 강조한 것이다.
김성환 정책위의장도 “정권의 안보 참사, 외교 참사와 경제 무능이 설 밥상에 오르려 하자 검찰이 야당 대표 소환으로 이를 덮으려 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권은 집권 이후 오직 문재인 정부 흠집 내기와 이 대표 때려잡기에만 올인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당 원내대표단과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진상 조사 태스크포스(TF)는 대검찰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의 편파 수사를 규탄하기도 했다. 이들은 “윤석열 검찰은 오로지 정적을 죽이려고 혈안이 돼 있다. 이쯤 되면 법의 외관을 빙자한 사법 살인”이라고 쏘아붙였다.
이 대표가 이번에도 자진해 검찰에 출석할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당내에서는 검찰의 릴레이 소환이 사실상 망신주기성 의도가 분명하므로 불응해야 한다는 주장과 결백을 입증하려면 이번에도 당당하게 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공존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번에는 검찰에 나가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과 소환에는 응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한 편”이라며 “다만 이 대표가 결국 나가는 쪽으로 의견을 정하지 않을까 싶다”고 예측했다. 이 대표가 그간 자신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에 대해 당당한 대응을 강조했고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 1주일 전 성남지청에 출석한 사례를 보면 다음 달 중순에는 서울중앙지검의 소환에 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미 성남FC 후원금 사건 조사에 임한 만큼 2차 소환에 응하지 않는다면 ‘사건 고르기’를 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생각보다 이른 시점에 사면초가에 내몰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여당의 공세와 별도로 비명계 내부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제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검찰의 잇따른 소환 통보에 이어 김 전 회장의 국내 압송으로 당내 파열음도 본격적으로 커지는 모습이다. 법조인 출신인 한 민주당 의원은 “변호사비 대납 의혹은 객관적으로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변호사비와 관련해 검찰의 수사 과정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 당내 여론도 단일 대오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