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현주가 넷플릭스 영화 ‘정이’에서 모녀 호흡을 맞춘 배우 고(故) 강수연을 그리워했다.
25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정이’(감독 연상호)에서 정이 역을 맡은 김현주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정이’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폐허가 된 지구를 벗어나 이주한 쉘터에서 발생한 전쟁을 끝내기 위해 전설적인 용병 정이(김현주)의 뇌를 복제, 최고의 전투 A.I.를 개발하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SF 장르물이다. 작품은 지난 20일 공개된 지 하루 만에 플릭스 패트롤 기준 전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넷플릭스 집계에 따르면 16~22일자 비영어권 영화 시청 시간 정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김현주는 ‘정이’의 호성적에 제일 먼저 강수연을 떠올렸다. 강수연은 ‘정이’를 마지막 작품으로 남기고 지난해 5월 뇌출혈 증세로 쓰러진 뒤 세상을 떠났다. 김현주는 “(성적에) 좋기도 하면서 짠한 마음이 든다”는 그는 “마냥 기뻐하기도 그렇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복합적인 감정”이라고 담담하게 털어놨다.
이어 “이 영화가 완성돼서 나오기까지 후반 작업이 많았는데 그 과정을 작업했던 연 감독님의 마음도 짠하다”고 말했다. 그는 “강수연 선배님의 모습을 계속 보면서 편집해야 했을 텐데 싶었다. 아마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선배님에게 보여드리기 위해서 더 애쓰고 공을 들였다는 마음이 든다. 결과가 좋게 나와서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극 중 김현주와 강수연은 모녀 관계다. 정이는 아픈 딸 서현(강수연)의 수술비를 벌기 위해 전쟁에 나섰다가 식물인간이 된다. 35년 후 전설이 된 그의 뇌를 복제하는 ‘정이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서현은 연구팀장이 돼 어머니의 명예를 지키려 한다.
김현주는 강수연과의 호흡에 대해 “(A.I. 정이는) 기억이 없는 상태이고, 대사를 주고받거나 교감하는 장면이 없다. 하지만 각자의 감정이 있어서 보면 눈물 나는 것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특히 서현은 진짜 엄마가 병실에 누워있는 걸 알지만, 감정적으로 A.I. 정이를 보고 엄마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쉽지 않다. 무던히도 많은 실험을 거치며 괜찮을까 싶더라”라며 “서현이 정이와 귓속말을 하는 장면에서 강수연 선배님이 ‘이제 너 보면 눈물 나’라고 이야기하셨다. 그때 어떻게 참아오고 감정을 끌고 왔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작 촬영할 때는 선배의 마음까지 헤아리지 못했지만 완성본은 보고 나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는 “그때는 내 것을 하기도 급급했고 선배님이 이 감정을 여기까지 끌고 오는데 어떤 고민이 있으셨을까 생각하지 못했다”며 “현장에서 교감하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선배님이 끌고 온 감정을 내가 터트려야 할 때는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아쉬워했다.
곱씹을수록 현장에서 마주한 강수연은 남다른 선배였다. 스크린으로 마주했던 배우 강수연의 모습과 달랐다. 김현주는 “선배님이 더 많은 작품을 하실 수 있었는데 아쉽다. 이번 작품이 오랜만에 복귀작이라 얼마나 많은 고민 속에 결정했을까 싶더라”라며 “우리가 조금 더 나은 결과를 내서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감독님도 그런 마음으로 후반 작업을 했을 것”이라고 작품에 특별하나 애정을 보였다.
그는 “강수연 선배님은 한국 영화 자체를 정말 사랑하는 분”이라며 “일화로 코로나 때문에 회식을 한 번도 못했는데, 8명 정도 모일 수 있게 됐을 때 팀별로 불러서 밥을 사줬다. 현장에 있는 스태프를 사랑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그게 진정으로 영화를 사랑했다는 것 같다.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며 “선배님과 연기적으로도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너무 웃고 떠들기만 했다”고 되뇌었다. 그러면서 혼잣말을 하듯 “선배님의 웃음 소리가 자꾸 들린다. 웃음소리가 진짜 강렬하다”고 읊조리며 생각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