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연일 최고가 행진에도…떨고 있는 조선업 [biz-플러스]

척당 선가 2억5625만弗 신기록

고가 선박 선별 수주로 수익개선

고수익에도 인력 부족 문제 심화

外人숙련공 와도 추가 교육해야

고수익 선박 수주에도 생산력 저하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이중연료추진 LNG운반선. 사진 제공=대우조선해양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이중연료추진 LNG운반선. 사진 제공=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042660)과 한국조선해양이 엎치락 뒤치락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최고가 경쟁을 하고 있다. 선가는 최고지만 선박을 생산할 인력 충원 문제가 심화되면서 조선업계는 마냥 웃지 못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14일 그리스 최대 해운사인 안젤리쿠스그룹 산하의 마란가스로부터 LNG운반선 2척을 5억 1250만 달러(약 6794억 원)에 수주했다고 밝혔다. 척당 선가는 2억 5625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 수준이다. 이 선박은 옥포조선소에서 건조돼 2027년 상반기 선주에 인도된다.

LNG운반선 선가는 최근 5년 내 최고가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19년 1억 8500만 달러 수준이었던 LNG운반선 가격은 지난해 2억 1800만 달러까지 오르더니 올 초에는 2억 5000만 달러를 뚫었다. 이에 대우조선해양에 앞서 한국조선해양(현대삼호중공업)도 척당 선가 2억 5000만 달러에 LNG운반선을 계약하는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 강점을 지닌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화그룹이 인수할 예정인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말부터 수주 전략을 선별 수주로 바꾸고 있다. 실제 지난해 1~3월 16척(36억 달러)을 계약했지만 올 1월부터 이날까지는 3척(약 7억 7000만 달러)에 그치고 있다. 이미 지난해 38척의 LNG운반선을 계약해 수주 잔량이 충분한 만큼 가격대가 높은 고가 선박을 선별적으로 수주해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이번에 최고가로 계약한 안젤리쿠스그룹은 1994년 첫 계약 이후 현재까지 121척의 선박을 대우조선해양에 발주한 핵심 고객”이라며 “압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일감 확보 및 수익성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친환경 선박과 초대형유조선 등 선가가 최근 급등하면서 조선업 수익성이 모처럼 좋아질 전망이지만 핵심 생산 요소인 인력 문제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인 노동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늘어난 일감을 수행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거 들어오고 있지만 기량이 부족해 수개월이 넘도록 자리를 잡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국내 조선 업계가 일손 부족에 신음하는 가운데 ‘대타’ 인력으로 투입된 외국인 숙련 근로자의 상당수가 기량 미달 판정을 받고 있다. 이들은 숙련공 자격으로 한국에 입국했지만 실제로는 당장 현장에 투입하기 어려워 조선사들이 추가 재교육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

실제 현대중공업은 최근 입국한 외국인 용접 숙련공 6명에 대한 기량 검증 시험을 했는데 이 가운데 1명만 합격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1차 시험의 경우 평균적으로 30% 정도 통과한다. 탈락한 외국인 숙련공은 재교육 후 다시 테스트를 받아야 한다. 이 같은 낮은 합격률은 다른 신입 외국인 근로자도 비슷한 상황이다.

기량 시험의 난도가 높은 것은 아니지만 우선 언어 장벽이 있어 재교육이 쉽지 않고 통과 이후 실전 배치를 하더라도 숙련되기까지 수개월 이상이 걸린다는 문제가 있다. 반면 국내 근로자들은 이미 우리나라 조선소에서 필요한 교육을 받고 입사하기 때문에 기량 테스트를 하면 사실상 전원 통과한다. 이는 외국인 숙련공 기준과 국내 실무 기준이 서로 달라 벌어지는 일이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국에서 인증받은 용접 수준과 우리나라 조선소에서 필요한 기술이 다르기 때문에 즉각 실전에서 활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조선업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 입국 규제를 대거 해제한 바 있다. 숙련기능인력(E-7-4) 연간 쿼터도 기존 2000명에서 5000명으로 확대했다. 특히 숙련 외국인 근로자들은 올해부터 2년 경력 조건이 사라진다. 외국인 근로자들의 숙련도 검증 장벽이 낮아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따라 숙련 외국인 근로자 재교육을 위한 조선 업체들의 비용 투입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조선 업계의 추가 필요 인력은 약 1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국내 조선 3사는 1200명의 외국인을 협력사를 통해 채용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통상 테스트는 1주일 단위로 재시험이 있고 첫 테스트의 경우 현지와 국내의 장비와 환경, 작업 조건이 바뀜에 따라 응시 인원의 약 30% 정도만 통과한다”며 “이후 당사 기술지도사들의 지도를 거쳐 2차·3차에 걸쳐 재시험을 실시해 최종적으로 전원 통과를 한다”고 말했다.



박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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