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신수도 부지를 향하는 길은 녹록지 않았다. 한국에서 5200㎞ 떨어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도 1000㎞를 더 이동해야 첫 관문인 발릭파판공항에 겨우 도착할 수 있었다. 공항에서 다시 차로 2시간 거리인 신수도 사업지에 다가갈수록 주변 풍경은 초록빛 열대우림과 흙길로 채워지며 정글을 탐험하는 듯한 느낌을 들게 했다.
19일(현지 시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이상래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 박선호 해외건설협회장,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등은 기자단과 함께 총 40조 원 규모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지역 최대 프로젝트로 꼽히는 인도네시아 신수도 건설 현장을 직접 찾았다. 이곳에서는 대통령궁과 공무원 주택, 도로·상하수도 등 주요 인프라를 건설하는 1단계 사업이 한창이었다. 이 중 일부를 우리 공공기관이 도맡아 속도를 내고 있었다. 탄소 중립 상수도 인프라 구축 사업(한국수자원공사)와 공무원 주택 시범 사업(한국토지주택공사·LH)이 대표적이다. 상수도 구축 사업을 통해 신수도 핵심 구역의 15만~20만 명에게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총사업비 285억 원 전액을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 방식으로 진행된다. 내년 초 착공 이후 2025년 내 완공을 목표로 한다.
LH는 핵심 구역 내 23개 동, 1104가구 규모의 공무원 주택 시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추정 사업비는 5000억 원 규모이며 민관협력사업(PPP) 방식이다. LH는 당초 2024년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준비했으나 인도네시아 정부에서는 2024년 8월 준공을 요구하면서 공기 단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민휴 한국수자원공사 인도네시아사업단 단장은 “인도네시아 정부에서는 정수장을 한 곳 더 짓고 있는데 한국 기술력을 적용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정수장 시공 사업은 국내 대형 건설사에는 매력적이지 않겠지만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자 하는 중소형 건설사들에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국토부 주도로 국내 공공기관들이 인도네시아 신수도에 공을 들이는 것은 향후 국내 건설사 등 스마트시티 관련 기업에 ‘기회의 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르네오섬 동(東)칼리만탄에 위치한 신수도 ‘누산타라(많은 섬)’ 부지는 총면적 2561㎢로 서울(605㎢)의 4배를 넘는다. 이 가운데 실질적인 수도 기능을 수행하는 ‘핵심 구역’은 우리나라 세종시(73㎢)에 못 미치는 66.7㎢ 정도다. 신수도는 2045년 완성을 목표로 총 5단계에 걸쳐 조성되며 총사업비만 약 40조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7조 7000억 원은 정부 재정으로, 나머지 32조 3000억 원은 민간 투자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처음으로 이곳을 방문한 외국 고위급 인사인 원 장관은 “신수도에 저탄소·스마트 인프라를 채워 놓으려면 많은 기업의 참여와 재정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당장의 손해와 이익을 떠나 한국이 해줄 수 있는 인프라 투자, 기술 적용, 인적 역량 제고 등에 대해서 진정한 우정과 가족애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한국 측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디아나 쿠수마스투티 인도네시아 공공주택사업부 주거개발총국장은 “신수도 콘셉트로 내세우고 있는 스마트 포레스트 시티를 완성하기 위해 한국과 협력을 통해 첨단 기술들을 접목시키고 싶다”며 “정수 시설 관련 프로젝트에도 한국의 차관 지원 등 여러 가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