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일부터 인천 미추홀구의 전세 사기 주택에 대한 경매 절차 진행을 유예한다. 현재 거주 중인 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전세 사기 피해자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빠른 시일 내로 범부처 대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19일 정부에 따르면 ‘전세 사기 피해 지원 범부처 태스크포스(TF)’가 이날 첫 회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가동된다. TF에는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금융위원회·은행연합회 등 관계 부처 및 기관이 참여한다.
정부는 우선 인천 미추홀구의 전세 사기 피해자로 확인된 2479가구 중 은행권·상호금융권 등에서 보유한 대출분에 대해 20일부터 즉시 경매를 유예하도록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이날 금융기관에 협조 공문과 비조치의견서를 각각 발송했다. 민간 채권관리회사(NPL) 등에 매각된 건에 대해서는 최대한 경매 절차 진행을 유예하도록 협조를 구하고 필요 시 추가 대책을 강구한다.
피해자의 신속한 피해 회복과 주거 안정을 위한 대책 마련도 추진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피해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다만 해당 방안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채권자인 금융기관의 협조와 국회 입법이 필요하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보증금을 전혀 건지지 못하고 경매에 의해 쫓겨나는 최악의 경우를 막기 위해서는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며 “과거에 부도 임대주택에 대한 우선매수권제도가 운영된 바 있어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 사기 피해 주택의 공공 매입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했다. 원 장관은 “미추홀구 피해 주택은 임대인이 선순위 담보를 최대로 당겨서 사기를 범한 것으로 공공이 매입하더라도 피해자에게 돌아갈 돈은 한 푼도 없다”며 “국민 세금으로 선순위 채권자들만 좋은 일을 시키는 것에 대해 국민이 동의하기 어렵고 피해자에게 도움을 주는 방법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여야 정치권도 앞다퉈 전세 사기 피해자를 위한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국민의힘은 당내 ‘전세 사기 대책 TF’를 곧바로 꾸려 20일 첫 회의를 연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 당정협의회로 진행되는 이날 회의에는 원 장관과 법무부·행정안전부·금융위·국세청·경찰청 등 관계부처 담당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며 당정에서 제시된 법안을 중심으로 후속 입법 절차에도 속도를 낸다.
민주당 정책위원회도 ‘전세 사기 대책 긴급 기자 간담회’를 열고 전세 사기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전세 사기 방지·구제 범정부 대책기구’ 설치 △전세계약의 보증보험 가입 요건 완화 △저소득 청년층 대상 보증금 한도 상향, 보증보험료 전액 지원 등이 담겼다.
금융권도 전세 사기 피해자 구제에 나섰다. MG새마을금고는 전세 사기 대상 주택에 대해 경·공매를 유예하고 전세 사기 피해자가 새마을금고에 전세 대출이 있을 경우 이자율 조정에 나설 계획이다. 전세 사기 피해자가 자신이 사는 주택을 낙찰받을 경우 정부 정책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대출을 지원한다. 금감원은 국토부에서 전세 사기 피해 주택의 주소를 입수해 은행·상호금융 등 주택담보대출 취급 금융기관에 송부할 예정이다. 피해 주택을 담보로 취급한 금융기관은 대출의 기한이익상실 여부, 경매 여부, 진행 상황 등을 파악해 피해자가 희망하면 경매 절차 개시를 유예하거나 경매가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매각 연기를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