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긴 불황의 터널을 걷고 있는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가 올해 실적 회복 주요 무기로 차량용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일제히 내세우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광범위한 주행 환경에서도 대형·고화질 구현이 가능한 OLED 기술에 대한 관심도와 수요가 프리미엄 완성차 제조사를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034220)는 최근 공식 석상에서 차량용 OLED 고객사가 순조롭게 확대되고 있다고 밝히며 사업 확대 의지를 드러냈다.
최권영 삼성디스플레이 부사장은 지난달 27일 1분기 실적 발표를 통해 “일본·유럽·미국·중국 등 글로벌 자동차 업체와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시장에서 후발 주자인 삼성디스플레이는 경쟁사 대비 여유로운 OLED 생산능력을 강점으로 내세워 고객사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차량용 OLED를 만드는 아산 A3 공장에는 최근 OLED 공급계약을 체결한 페라리를 비롯해 현대차 등 다양한 국내외 고객사 방문도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1위인 LG디스플레이는 빠르게 증가 중인 프로젝트 수를 강조했다. 안상현 LG디스플레이 오토 영업담당 상무는 지난달 ‘OLED 코리아’에서 “다수의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10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캐딜락 등이 목록에 이름을 올렸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디스플레이 수주 금액은 1분기에만 3조 원을 넘기며 수주 잔액은 작년 말 대비 20% 넘게 성장했다. 글로벌 차량용 OLED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말 기준 LG디스플레이가 50%, 삼성디스플레이가 42.7% 수준이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용 OLED 공급을 두고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에 손을 뻗는 것은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저가 정책이 먹히지 않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많은 진동과 큰 폭의 온도 변화, 먼지 등을 이겨낼 수 있는 내구성을 갖춰야 해 한국과 중국 업체 간 기술 격차가 유의미하게 벌어져 있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기술 장벽이 높은 만큼 진입에 성공한 국내 업체 위주로 주문이 몰릴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차량용 OLED가 점점 대형화되며 이러한 추세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일례로 최근 벤츠는 대시보드 전체를 하나의 디스플레이로 채우는 ‘필러 투 필러(Pillar-to-Pillar)’ 디스플레이 도입을 위해 LG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와 협력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차량용 OLED 평균 크기는 10인치대 초반 수준이지만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올해 30인치대 상용화를 시작으로 50인치대까지 크기를 키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