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친족상도례, 전세계서 韓이 가장 폭넓게 적용"…반의사불벌죄로 개정 목소리

[2023 新가족 리포트] 친족상도례, 해외는 어떻게

독일·스위스 등 형면죄 아닌 친고죄 적용

피해자 의사에 따라 국가개입 여지 남겨

법조계 "반의사불벌죄로 개정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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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독일 등 해외의 친족상도례 조항은 우리나라와 비교해 좁게 적용되고 있다. 직계존속·직계비속·배우자 등 실제적인 공동체를 이룬 대상들에 한해서만 적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때에도 형 면제가 아닌 친고죄(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처럼 가정 내 발생한 사건에 대해 국가가 일률적으로 방임하는 것이 아니라 개입의 전제 조건을 피해자의 의사에 두겠다는 취지다. 사실상 한국이 전 세계에서 친족상도례를 가장 폭넓게 인정하고 실행하고 있다.



11일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독일은 친족상도례의 효과를 모두 친고죄로 제한하고 있다.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형사소추 여부만 달라질 뿐 국내처럼 형이 면제되지 않는다. 다만 우리나라에 비해 적용되는 인적대상이 상대적으로 넓다. 직계 친인척·배우자·생활동반자 등 혼인관계에 있지 않더라도 주거 공동체로 인정될 경우 친족상도례의 대상으로 인정한다. 스위스나 오스트리아와 같은 대륙법계 국가들도 마찬가지다. 스위스는 형법에 따라 친족이나 가족구성원에 대한 절도·횡령·배임·사기 등 혐의에 대해 친고죄를 적용하며 오스트리아는 직계혈족·배우자·동거친족 간에 발생한 재산범죄에 친고죄 적용과 함께 형을 감경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은 친족상도례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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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우리나라와 같이 형면제를 시행하는 국가도 일부 존재한다. 프랑스의 친족상도례 조항은 강요·공갈·사기·횡령 등의 범죄가 발생할 경우 형사소추를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지만 그 대상을 존속·비속·배우자로 국한한다. 일본의 경우에도 절도·사기·배임·부동산 침탈 등 재산범죄에 대해 형을 면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법 개정을 통해 동거가족이 포함되지 않도록 했다. 직계혈족·동거친족·동거가족의 배우자도 대상이 아니다. 김광현 국회입법조사처 연구원은 “일률적으로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사실상 우리나라가 다른 국가에 비해 친족상도례 조항을 가장 넓게 적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 법조계에서는 친족상도례 조항을 형 면제가 아닌 친고죄나 반의사불벌죄로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대표변호사는 “친족상도례는 개인의 인권의식·권리의식이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 현실에 적용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이를 악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남겨두게 돼 오히려 일부 범죄를 부추길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도 “친족상도례는 과거 우리사회가 게마인샤프트(공동체사회)였을 당시의 문화를 반영한 법 조항으로, 현재 국민의 대부분이 오늘날 적용되기에는 부당하다고 느낄 것”이라며 “친고죄 혹은 반의사불벌죄로 개정할지에 대한 논의는 입법기관의 법철학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논의 자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승 연구원은 반의사불벌죄로의 개정이 사회에 더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가정 내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가 먼저 개입하고, 구성원이 ‘반대’할 수 있는 반의사불벌죄와는 달리 가족 구성원 중 누군가의 신고가 필요한 친고죄는 가정 내 불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취지다. 다만 승 연구원은 “개정 방식에 대한 논의는 법철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쪽이든 법을 현실화하기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조사관은 “법은 사회가 변화하면서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되고, 입법자는 변화한 사회를 고려해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면서 “과거 ‘친족 내부의 지나치게 사소한 부분까지 국가가 개입한다’는 측면에서 벗어나 ‘친족 내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조차 범죄피해로부터의 보호는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건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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