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만파식적] 트뤼도의 결기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설전을 벌였다. 시 주석은 트뤼도 총리와의 전날 대화 내용이 모두 언론에 유출됐다면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위협성 발언까지 했다. 트뤼도 총리는 이에 굴하지 않고 “우리는 자유롭고 공개적인 대화를 지지한다”고 맞받아쳤다. 당황한 시 주석은 표정이 굳어진 채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고 한다. 두 정상이 중국의 캐나다 정치 개입 의혹과 관련한 대화를 놓고 공식 석상에서 얼굴을 붉히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중국은 2019년과 2021년 캐나다 총선에서 친중(親中) 후보들에게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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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도 총리는 일찍이 중국의 횡포에 맞서 민주국가의 공동전선 구축을 촉구하는 등 ‘반중(反中) 선봉장’ 역할을 해왔다. 그는 2018년 12월 미국의 요청으로 중국 최대 통신 장비 기업 화웨이의 멍완저우 부회장을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하면서 중국과 무역 전쟁을 치러야 했다. 당시 중국 정부가 보복 조치로 2명의 캐나다 시민을 3년 가까이 구금한 일이 트뤼도 총리의 외교 노선 변화를 촉발했다는 분석이 많다. 트뤼도 총리는 지난달 미국 외교협회 연설에서 중국이 ‘노예노동’을 통해 세계 최대의 리튬 생산국에 올랐다는 취지로 발언해 중국 측의 거센 반발을 샀다. 캐나다 리튬 업체에 투자 중인 중국 기업 3곳에 대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투자 철회를 명령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트뤼도 총리가 2년 동안 캐나다 정치인의 뒷조사를 했다는 의혹으로 중국 외교관을 추방하면서 “외국의 내정간섭으로부터 캐나다를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그는 중국 측의 거친 협박에 대해 “보복이 무엇이든 겁먹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두 나라는 중국이 신장위구르의 인권 문제를 비판해온 캐나다 연방 하원 의원을 사찰했다는 문서 공개로 심각한 외교 갈등을 겪고 있다. 우리도 중국의 팽창주의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분명한 외교 원칙을 세우고 결기를 보여야 할 것이다.


정상범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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