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들이 역내 무역에서 달러보다 자국 통화를 더 많이 사용하기로 합의했다. 달러 패권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는 상황에서 아세안 국가들이 무역 거래에서 달러 비중을 줄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12일(현지 시간) 자카르타포스트 등에 따르면 전날 막을 내린 제42차 아세안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은 역내 무역 거래 시 미국 달러보다는 자국 화폐를 이용하는 내용의 ‘결제통화협정(LCS)’을 체결했다. 이번 회의의 의장국인 인도네시아는 의장 성명을 통해 “우리는 지역 통화 거래 촉진에 관한 아세안 지도자 선언을 채택했다”며 “이는 지역 간 빠르고 저렴한 결제를 가능하게 해 경제 통합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세안 회원국 간 경제와 금융거래에 지역 통화를 사용하도록 장려해 지역 금융 통합을 심화하고 지역 통화 시장 발전을 촉진해 지역 금융 안정성을 강화할 것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아세안 국가들은 이번 합의에 따라 통일된 아세안 지역 통화 거래 프레임워크 개발을 모색하기로 했다. 아세안은 이전부터 중앙은행 간 직거래를 통해 수출입 회사들이 자국 통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유도해왔다. 달러 의존도와 환전 비용을 줄이고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도도 낮추기 위해서다. 현재 인도네시아와 태국·말레이시아 등은 중앙은행 간 직거래로 QR코드를 사용해 각국에서 환전 없이 자국 전자지갑을 통해 결제할 수 있다. 이 방식에는 싱가포르와 필리핀도 합류할 예정이다. 자카르타주립대의 하리오 쿤초로 경제학 교수는 “역내 무역에서 당장 달러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달러 가치가 오를 때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면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