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산업에 대한 관심이 가히 폭발적이다. 자동차 전동화가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배터리 패권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면서 배터리 수요도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배터리 수요가 연 평균 30% 이상 증가하면서 2030년에는 지금보다 13배 정도로 폭풍 성장할 것이라 한다.
이러한 전망이 현실화 되려면 배터리 제조에 필수적인 리튬, 니켈, 코발트와 같은 핵심광물들이 충분히 공급되어야 가능하다. 2035년까지 200개 이상의 신규 광산이 필요하고, 특히 리튬 생산량은 지금의 20배 이상으로 늘어나야 한다. 자원발견에서 인허가, 생산까지는 10여년이 걸려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배터리 광물의 지속 가능한 공급에 대해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또 다른 걱정거리는 중국의 배터리 공급망 장악과 자원 보유 국가들의 자원 무기화 움직임이다. 중국은 핵심광물 생산과 제련의 60~70%를 차지하고 있고 칠레는 리튬산업의 국유화를 선언하여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에 위협이 되고 있다.
자원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핵심광물의 안정적 확보가 산업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할 돌파구가 배터리의 재활용에 있다고 본다. 사용후 배터리의 산업화는 핵심광물의 해외의존도를 낮추고 자원재활용과 순환경제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공급망 안보와 차세대 먹거리 발굴 차원에서 적극 추진될 필요가 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사용후 배터리를 폐가전, 폐플라스틱과 같은 단순 폐기물로 보는 사회적 인식의 개선이라 본다. 이런 시각은 사용후 배터리가 지닌 가치를 과소평가하는 문제가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다른 폐기물과 달리 7~10년 사용 후에도 70% 수준의 잔존성능을 갖고 있다. 여전히 신차 배터리 가격의 1/4 수준으로 거래 가능한 유가자산이고 에너지저장장치, 전기자전거 배터리 등의 용도로 재사용이 가능하다. 재활용의 가치도 크다. 최근에 개발된 배터리 재활용 기술은 리튬은 80% 이상, 니켈, 코발트, 구리, 흑연 등은 95% 이상의 핵심광물을 추출해 낼 수 있다.
더 놀라운 점은 배터리 리사이클링으로 추출된 광물의 품질이 광산에서 최초 추출된 것과 거의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의 성일하이텍과 같은 배터리 재활용 기업은 상업화에 성공하여 기업 광산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사용후 배터리는 폐기물관리법, 자동관리법 등 다부처 복합규제를 받고 있어 조기 산업화에 애로가 많다. 조기 산업화를 위해서는 사용후 배터리의 재사용, 재제조 및 재활용을 통합관리하는 법제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핵심광물의 30~40%가 재활용되는 민간 주도의 배터리 순환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을 것이다.
배터리 재활용은 폐기물 처리산업이 아닌 탄소중립사회의 미래 먹거리 산업이다. 이에 필요한 생태계 조성 지원이 필요하다. 사용후 배터리 통합관리 특별법 제정을 정부와 국회가 관심을 갖고 적극 추진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