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K 배터리 기회의 땅 인니

박태성 한국배터리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지난주 인도네시아에 위치한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셀 생산 합작법인 HLI그린파워의 건설 현장을 찾았다. 주인도네시아 대사로 있을 때 교류해온 인도네시아 장관들을 5개월 만에 다시 만나 감회가 새로웠다.

불현듯 1년 8개월 전 일이 떠올랐다. 코로나19가 한창인 2021년 9월 인도네시아 정부의 요청으로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여러 장관들이 참석한 가운데 기공식이 열렸다. 공장 부지는 황량했다. 다른 외국 기업들은 투자를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공장 건설을 중단하지 않았다. 이제 완공이 임박했고 시험 생산에 돌입했다고 한다. 대한민국 기업가정신에 박수를 보낸다.



HLI그린파워는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먼저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 간 최초의 배터리셀 합작법이자 동남아시아 최초의 배터리셀 생산 공장이다. HLI그린파워는 현대차그룹이 배터리셀 생산 공장에 직접 투자하는 첫 사례이기도 하다. 내년 상반기 배터리셀 양산이 시작되면 전기차와 배터리팩·배터리셀로 이어지는 공급망이 인도네시아에 동남아 최초로 구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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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자동차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동남아에서 우리 자동차와 배터리 기업 간의 제휴를 통해 미래 친환경 자동차 시장을 선점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의 대국이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전체 인구와 면적, 국내총생산(GDP)의 약 40%를 차지한다. 하지만 동남아의 공장으로 급성장한 베트남에 가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앞으로는 인도네시아가 동남아 지역에서 탄소 중립과 녹색 경제의 선도 국가라는 위상을 굳힐 것으로 기대된다.

인도네시아는 니켈·구리·보크사이트 등 배터리 핵심 광물이 풍부한 나라다. 특히 니켈은 세계 1위 생산국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풍부한 니켈 자원을 지렛대로 삼아 광업·제련·전구체·양극재로 이어지는 배터리 소재 공급망 구축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K배터리를 최상의 전략적 파트너라 생각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중 보여준 한국 기업의 기업가정신과 신뢰 자산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으로 양국의 협력은 더욱 중요해졌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IRA 시행 이후 K배터리의 투자가 미국에 집중되는 점을 인식하고 최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협상에 적극 나서고 있다. IPEF를 활용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서다. 이렇게 되면 인도네시아에서 우리 기업이 투자 또는 생산한 배터리 핵심 광물과 소재가 미국 IRA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런 면에서 25~26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가 중요하다. 미국과 인도네시아 양국 통상장관의 배터리 핵심 광물 협정 논의가 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가 배터리 공급망 우호 국가에 포함되기를 기대해본다. 인도네시아의 핵심 광물과 K배터리의 기술·투자가 서로 결합된다면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협력에 커다란 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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