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노동진 수협 회장"10월 '수협 복합점포' 출범…재정 어려운 지역조합 살릴 것"

[서경이 만난 사람]

노동진 수협중앙회장

연내 5~6곳 지역조합, 복합점포 입점시켜 원스톱 자산관리 서비스

진해 조합장 시절 매일 새벽시장서 가격 확인…현장 중시 철학 강조

오염수 대응 조직 확대 개편…수산물 소비 촉진 홍보사업 적극 추진

16일 노동진 수협중앙회 회장 인터뷰-서경이 만난 사람. 이호재기자. 2023.05.1616일 노동진 수협중앙회 회장 인터뷰-서경이 만난 사람. 이호재기자. 2023.05.16




수산업이 올해 복합 위기에 직면했다. 어획량과 어가 인구가 동시에 감소하는 상황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라는 악재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수산 업계에서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직후 국내 수산물 소비가 반 토막 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온다. 전국 어업인의 협동조합인 수협중앙회에 이전보다 많은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올해 3월 취임해 수협중앙회를 이끌고 있는 노동진(사진) 회장의 어깨도 가볍지 않다. 노 회장은 16일 서울 송파구 수협중앙회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어업인 걱정에) 밤잠을 제대로 못 잘 정도”라고 털어놓았다. 노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현장에서 항상 어업인의 애로 사항을 듣고 수첩에 적고 있다”며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어업 현장을 찾아 현안 해결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협동조합의 본질을 항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본래 협동조합은 힘없고 어려운 사람들이 모여 이익을 배분하고 같이 잘살아보자는 목적으로 출발한 조직”이라며 “(협동조합의) 이윤 추구는 단순한 수단일 뿐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동조합의 근본정신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수협중앙회는 회원조합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회원조합에서 발생한 수익이 어업인에게 혜택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거듭 말했다. 대담=이상훈 경제부장

노 회장의 ‘현장 중시 철학’은 ‘지독하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제21·22대 진해수협 조합장을 맡았던 2015년부터 올 3월 수협중앙회 회장으로 취임하기 전까지 매일 새벽 공판장을 찾았을 정도다. 노 회장은 “오전 3~4시에 공판장에서 수산물 가격을 확인한 후 출근했다”며 “수협 조합장이라면 지역에서 많이 나는 수산물 시세 정도는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은 동·서·남해에서 생산되는 수산물 종류와 어업 형태가 천차만별이라 지역 현안이 가지각색”이라며 “(수협중앙회 회장 취임 이후) 현장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고 덧붙였다.

노 회장이 첫 역점 사업으로 ‘수협 복합점포’ 출범을 추진하는 것도 현장에서 느낀 고민이 반영된 결과다. 수협 복합점포는 수협은행 지점에 지역 수협의 상호금융이 입점한 곳이다. 서울 내 수협은행 지점을 활용해 복합점포를 열고 1금융인 수협은행과 지역 수협의 상호금융 여수신 상담을 합친 ‘원스톱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 노 회장의 구상이다.

이를 위해 수협은 최근 ‘수협 상호금융 영업점 설치 규정’을 개정하고 점포 운영에 관한 세부 지침을 마련하는 등 준비 작업에 열심이다. 복합점포 ‘1호점’은 이르면 올 10월 문을 열게 된다. 위치는 서울 교대역이나 창동역 인근 수협은행 점포가 유력하다. 지역 수협은 점포 운영·유지 비용을 절감하는 것은 물론 수도권 대출 서비스도 제공할 수 있어 장점이 많다. 노 회장은 “우선 연내 5~6곳의 지역 수협을 복합점포에 입점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노 회장이 복합점포 사업을 구상한 것은 회원조합 간 불균형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이다. 노 회장은 “(회장) 출마 전 전국을 돌아다니며 보니 91개 회원조합 중 20여 곳의 재정 상황이 열악했다”며 “(재정이) 어려운 조합들은 여수신이 살아날 여건이 안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수협 하위 20개 회원조합의 평균 자산은 615억 원으로 상위 20개 조합 평균 자산(1조 2027억 원)의 약 20분의 1 수준이다. 하위 20개 조합의 평균 손익(1억 3000만 원) 역시 상위 20개 조합 평균치(51억 원)에 한참 못 미친다. 회원조합의 열악한 재정 여건은 해당 지역 어업인에 대한 지원이 쪼그라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노 회장은 이미 지역 수협 재정의 중요성을 체감한 바 있다. 노 회장은 진해수협 조합장으로 재직하던 당시 조합 자산을 불려 조합원 지원을 확대한 경험이 있다. 진해수협의 총자산은 2014년 3615억 원에서 노 회장 임기 말인 지난해 7005억 원으로 2배 가까이 뛰었다. 같은 기간 진해수협 당기순익도 33억 원으로 21억 원이나 늘었다. 이에 조합원 지원비 격인 어업인지도사업비는 지난해 기준 15억 원으로 노 회장 취임 대비 약 2배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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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점포 사업이 최근 은행권의 추세와 상반되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모바일뱅킹 서비스 확산 등을 계기로 은행권 점포는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수협은 오히려 복합점포를 꾸준히 확대할 계획으로 이 또한 결국 ‘어업인을 잘살게 해야 한다’는 노 회장의 경영 지향점, 본질과 맞닿아 있다. 노 회장은 “수협은행은 어업인과 수산업이 있어 존재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은행”이라며 “수협은행이 자신에게 존재가치를 부여하는 어업인과 수산업을 위해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수협은행의 가치를 끌어올릴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 수협은행의 수익성 역시 어업인과 회원조합에 대한 지원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수협은행이 금융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는 배경에도 이런 맥락이 자리한다. 1997년 외환위기의 여파로 정부 지원을 받았던 수협은 지난해 공적자금 상환 의무에서 벗어난 후 금융지주사 전환을 선언했다.

노 회장은 “수협 조직의 수익 센터인 수협은행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며 “비은행 금융자회사 인수 등으로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고 벌어들인 수익은 어업인 직접 지원에 쓰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수협은행이 특수은행으로 인식돼 인지도가 낮은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수협은행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미래 고객을 확대하기 위해 중장기 마케팅 전략도 수립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 회장의 가장 큰 고민은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다. 일본 정부는 이르면 올 7월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할 계획이다. 노 회장은 “원전 오염수가 방류되면 수산물의 유해성 여부를 떠나 사실 자체만으로 국민이 소비를 꺼릴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수산물 소비 위축은 어업인뿐 아니라 가공·유통·판매 등 전후방 산업까지 여파를 미칠 수 있어 (오염수) 방류 전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협은 최근 오염수 대응 조직 체계를 확대 개편했다. 기존 수협 내부 기구였던 원전오염수대응단을 전국 단위 조직인 ‘일본원전오염수대책위원회’로 격상했다. 대책위는 서해·서남해·남해·동해·제주 등 5개 권역별 대책위를 총괄한다. 노 회장은 대책위 위원장을 맡고 정부와 국회에 오염수 대책 마련을 촉구할 방침이다. 노 회장은 “국민의 우려를 고려해 전국 위판장을 중심으로 수산물 방사능 안전성 검사를 지속적으로 실시할 계획”이라며 “과학적 입증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에게 상세히 알리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수산물 소비 촉진을 위한 홍보 사업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노 회장은 “수협의 직접 지원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어업인이 생업으로 충분한 소득을 올릴 수 있어야 한다”며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 식생활 교육을 통해 수산물 소비 기반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권역별로 수산물 테마파크를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수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1인 가구, 간편식 등 최근 소비 트렌드에 맞춰 식품 가공 인프라도 확충하겠다”고 덧붙였다.

회장 연임 허용을 골자로 한 수협중앙회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여러 현안이 산재한 현 시점에서) 중요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현행 수협법에 따르면 수협 회장의 중임은 가능하지만 연임은 불가능하다. 수협 회장의 연임을 한 차례에 한해 허용하는 수협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다. 노 회장은 “지금은 원전 오염수 때문에 전 어업인이 사활을 걸고 있다”며 “오염수 대응에 밤잠을 설칠 정도라 지금 (수협법 개정안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협의 비전도 언급했다. 노 회장은 “수협이 설립 60년을 넘어 미래 100년을 준비하려면 그간 형성된 관성에서 벗어나 새 비전과 원칙을 세우는 조직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 회장은 “중앙회의 모든 직원은 어업인을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일해야 한다”며 “직원 모두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인사 등으로 제대로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리=이준형 기자 사진=이호재 기자

▷He is…

△1954년 경남 진해 △창신대 중국어학과 학사 △창원대 행정대학원 최고관리자 과정 △1996~2001년 진해수협 제11·12대 비상임이사 △2007~2013년 진해수협 제14·15대 비상임이사 △2013~2015년 진해수협 신항만소멸지역어업인 생계대책위원장 △2015~2023년 제21·22대 진해수협 조합장 △2021~2023년 수협중앙회 비상임이사 △2023년~ 제26대 수협중앙회장 △2023년~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회장 △2023년~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 지역개발위원회 위원 △2023년~ 해난사고유자녀장학재단 이사장 △2023년~ 수협재단 이사장


세종=이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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