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후 오랫동안 떨어져 지낸 딸을 강제로 추행하며 성폭행을 시도해 극단 선택으로 내몬 50대 친아버지에게 징역 5년이 선고됐다. 성범죄 전력이 없고 술에 취한 상태였다는 점이 양형에 참작됐다는 설명이다. “아빠, 아빠 딸이잖아. 아빠 딸이니까”라고 딸의 애원이 담긴 녹음파일까지 제출됐지만 선고는 이와 같았다.
24일 대전지법 서산지원 형사1부(조영은 부장판사)는 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57)에게 이같이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 청소년 관련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제한 5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강하게 부인하고 있으나 범행 내용이 대부분 사실로 인정되고 피해자인 딸이 받은 정신적 충격이 클 뿐 아니라 용서받지도 못했다"며 "피해자의 어머니도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성범죄 전력이 없었고,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했다"며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딸 B씨가 어렸을 적 가정폭력 등으로 이혼했던 A씨는 지난해 1월 당시 21세였던 딸에게 갑자기 "대학생도 됐으니 밥 먹자"며 만났고 이후 자기 집으로 데려가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신체접촉을 거부했으나 A씨는 반항하는 B씨를 때리며 속옷을 벗고 성폭행까지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녹음 파일에는 B씨가 "아빠, 아빠 딸이잖아, 아빠 딸이니까"라고 애원하는 애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런 구체적 정황에도 A씨가 범행을 부인한다는 이유로 친족관계에 의한 강간 혐의가 아닌 강제추행 혐의만 적용됐다.
딸인 B씨는 결국 지난해 11월 "직계존속인 아버지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혐의를 부인하며 되레 B씨가 자신을 무고했다는 취지로 항변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B씨가 오랜 기간 떨어져 지냈던 A씨와 만나 함께 술을 마시고 대화를 나눈 점 등으로 볼 때 적대적 관계가 아니었던 A씨를 무고할 사정이 없다고 일축했다.
재판부는 “자신의 딸인 피해자의 머리를 잡아 벽에 3회 부딪히고 얼굴 부위를 때린 뒤 성폭행하려 한 것으로 상해의 정도가 가볍지 않은 반인륜적 범행”이라며 “피해자가 겪은 정신적 충격이 극단적인 선택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A씨는 이날 판결 선고 뒤 법정을 나가면서 "내가 왜 유죄냐"고 소리를 지르며 소란을 피웠고 재판을 지켜본 B씨의 어머니는 너무 적은 형량에 한참을 흐느껴 울었다.
함께 재판을 방청한 여성단체 등 회원들도 "검찰이 구형한 징역 10년의 절반에 불과한 크게 낮은 형량"이라며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