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 ‘5분마다’ 녹지 공간과 정원을 만날 수 있는 ‘정원도시’로 재탄생한다. 송현동과 마곡 등 유휴 부지는 공원으로 조성하고 지하화를 추진하고 있는 국회대로 등의 상부를 정원으로 꾸미는 등 서울시 곳곳에 공원을 조성하고 시민들을 위한 휴식 공간으로 만들 방침이다. 시는 이를 위해 2026년까지 약 68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24일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의 ‘정원도시, 서울’ 구상을 발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기후변화로 시민들이 많은 고통을 겪고 있는데 누구나 녹색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스트레스가 풀리는 만큼 삶의 질과 녹색 공간은 필연적으로 긴밀한 연관 관계에 있다”며 “어느 지역에 거주하더라도 시민들이 5분 내에 녹지 공간을 즐길 수 있는 것을 최종 목표로 5분 거리 정원도시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라고 했다. 서울의 공원 면적은 2009년 168.16㎢에서 지난해 172.68㎢로 늘었지만 국립공원 등 외곽 산림을 제외한 도보 생활권 공원 면적은 여전히 1인당 5.65㎡에 불과하다.
시는 먼저 도심의 일부를 비워내는 방식으로 열린 정원을 조성한다. 예를 들어 송현동 부지는 이건희미술관 외에 여타 건물을 짓지 않고 시민이 즐길 수 있는 도심 속 특별한 정원으로 만든다. 유휴 부지인 마곡3지구 문화시설 부지(마곡동 813 일대)는 인접한 서울식물원과 연계해 계절별 야생화를 심고 여가 공간으로 꾸민다. 용산공원은 세계 여러 나라의 대표 정원을 선보이는 세계정원으로 조성하며 시민들이 직접 정원을 꾸밀 수 있는 공간도 제공한다. 지하화를 추진하고 있는 국회대로와 영동대로·경부고속도로의 상부도 건축물이 아닌 공원과 정원으로 조성한다.
서울 시내 공원과 녹지대·산책로 등을 연결하는 ‘서울초록길’ 사업도 추진한다. 시는 부분적으로 흩어져 있는 휴식 공간들을 잇는 등 286.6㎞를 신규 조성해 2026년까지 총 2063.4㎞의 초록길을 완성할 계획이다. 현재 8개 코스로 구성된 서울둘레길은 21개 코스로 쪼개고 지하철과 연결되는 구간을 기존 17곳에서 49곳으로 늘려 이용률을 높인다. 청와대부터 경복궁~세종대로~서울역~한강대로~노들섬~한강 남측으로 연결되는 국가상징가로에는 ‘국가상징가로 정원’을 조성한다. 약 10㎞인 국가상징가로에 가로수를 심고 휴게 공간도 조성해 시민들이 쾌적한 나무 밑 그늘을 걸으며 꽃과 나무에 둘러싸인 휴게 공간에서 쉴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현재 그늘이 없다는 지적을 받는 서울광장은 소나무숲으로 재구성하며 벤치 등 휴게 시설도 마련한다. 유영봉 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장은 “서울광장의 경우 올 하반기에 소나무숲 조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남산야외식물원 주변에 남산숲박물관을 조성하고 2026년까지 보상이 완료된 공원 부지 총 93곳은 훼손지 식생을 복원해 생활 밀착형 공원으로 만든다. 불광천과 목동천·여의천·정릉천 등 4곳은 ‘물의 정원’ 시범 사업지로 정하고 도심 생태·여가 명소로 조성한다. 1주일간 진행됐던 서울정원박람회는 올해 두 달로 늘리며 내년에는 유명 해외 작가들과 공모 정원 등을 관람할 수 있는 서울국제정원박람회를 6개월간 개최한다. 오 시장은 “정원을 단독주택 형태로 관리하고 있어 이런 프로젝트의 효율이 크지 않은 캐나다 등의 도시와 달리 서울의 경우 60% 이상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으며 빌라까지 포함할 경우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은 10% 수준이 채 되지 못할 것”이라며 “오늘 발표는 서울 시민 누구라도 원한다면 나무 한 그루 정도는 키울 수 있는 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