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례적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주 열린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수많은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 스타트업)을 제쳐두고 직접 부른 곳은 ‘고피자’였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두 가지를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하나는 고피자 같은 혁신 기업을 정부가 잘 육성하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식품 산업에도 혁신을 적용해 물가를 안정시키겠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한국의 엥겔지수 증가 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외식 물가는 2020년 12월부터 지금까지 29개월간 쉼 없이, 가파르게 올랐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도 있는 법. 외식 물가가 크게 오르면 그만큼 저렴한 가격으로 경쟁력을 갖춘 곳으로 사람들이 몰린다. 고피자가 그러했다. 한동안 찬바람이 불었던 1~2만 원대 ‘가성비’ 뷔페가 인기를 끄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식품업계에서는 이미 비용 절감을 위한 혁신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규모의 경제’ 논리는 주방에까지 손을 뻗고 있다. 삼성웰스토리는 3월 센트럴키친(공장화된 주방)을 짓기 위해 충남 아산에 3만 5844㎡(1만 840평)의 부지를 계약했다. 냉동면은 호텔 등에서 금기시됐지만 고물가가 이 금기를 깨뜨리며 면사랑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보다 20% 늘었다. CJ프레시웨이의 지난해 식자재 매출은 전년 대비 43% 늘었다. 인기 품목은 사람 손을 기계가 대신한 ‘깐 양파’다.
팬데믹 위기를 겨우 넘긴 자영업자들은 새로운 격변기를 맞고 있다. 아니, 맞이해야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외식 업체의 비용 중에는 인건비가 33.9%, 임차료·공공요금이 24.9%를 차지했다. 4인 이하 종사자의 소규모 자영업은 약 90%에 달했다.
기술 발전이 인간의 일자리를 뺏느냐, 더 많은 일자리를 가져다주느냐는 해묵은 논쟁이다. 정답을 가리기 전에 정부가 나서 해야 할 일이 있다. ‘교육’이다. 고피자를 만찬에 초대한 것은 식품업계 CEO들을 직접 불러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한 것보다는 진일보한 조치다. 550만 자영업자들을 직접 불러들이기에는 아마 무리가 있었으리라. 윤 대통령이 고피자를 소개한 날 자영업자들의 재취업 교육, 고피자 같은 혁신이 다른 곳에서도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 등도 함께 내놓았으면 어땠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