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엘니뇨가 '모닝커피'를 위협하고 있다





앞으로 몇 달 안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엘니뇨는 극단적인 기상 이상 현상을 유발할 수 있으며, 지역 경제, 어류 개체 수, 심지어 매일 마시는 커피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9개월에서 1년 동안 지속되는 자연적 기후 현상은 정상적인 강우와 온도 패턴을 방해하고 특정지역에서 가뭄이나 폭우를 불러올 수 있다.




엘니뇨 : 남아메리카 서해안을 따라 흐르는 페루 해류 속에 몇 년에 한 번 이상 난류가 흘러드는 현상. 에콰도르에서 칠레에 이르는 지역의 농업과 어업에 피해를 주고, 태평양의 적도 지방과 때로는 아시아 및 북아메리카에도 광범위한 기상 이상 현상을 일으킨다.

엘니뇨 현상이 만든 기후 변화는 전 세계에 커피를 공급하는 농작물에 해로운 영향을 끼친다. 이미 많은 농작물들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영국 왕립식물원의 수석연구원인 애런 데이비스는 “엘니뇨의 부정적인 영향은 장기적으로 지속되는 기후 변화와 전반적인 식량 안보 문제로 인해 더 악화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엘니뇨가 어떻게 전개될 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커피를 재배하는 일부 주요 지역에서는 커피가 자라기에 적합한 조건을 볼 수 있으나, 다른 지역에서는 정 반대의 경험을 할 수 있다. 데이비스 연구원은 “이같은 영향은 단일 국가 내에서도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엘니뇨가 어떻게 커피 생산에 영향을 미칠까?

전 세계 커피는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두 종류로 이뤄져 있다. 아라비카는 오랫동안 가장 사랑 받던 커피이나, 커피콩이 온도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기후 변화로 점점 온도가 높아지는 세상에서 미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견고함(robustness)에서 이름을 따온 로부스타는 커피 시장에 닥친 기후변화 효과를 완화할 수 있는 잠재적 대안으로 주목 받아왔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엘니뇨가 아라비카에 비해 로부스타 재배에 더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취리히대학의 차한 예레치안 커피 센터장은 “우리는 항상 로부스타가 이름에서 보듯 더 튼튼하고 기후변화에 더 잘 저항할 것이라고 가정해왔다”면서 “그러나 올해 오는 현상은 정반대다. 로부스타가 아라비카보다 더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다”고 말했다.



세계은행 수석 경제학자이자 상품 분석가인 존 베프스도 올해 엘니뇨가 베트남과 브라질과 같이 로부스타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지역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베트남에서는 세계 로부스타 공급량의 절반이 생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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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애호가들에게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전문가들은 엘니뇨가 커피 수확량과 품질을 손상시킬 경우 소비자들이 결국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할 수 밖에 없다고 내다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주 로부스타 가격이 15년 만에 최고치로 올랐다고 보도하면서 “공급이 타이트하다” “엘니뇨 때문에 향후 생산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식료품 가격 또한 광범위하게 상승하고 있다.



세계은행의 존 배프스 분석가는 이같은 복합적인 압력들이 커피 회사의 가격 인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2022년 상반기에 우리가 경험했던 것(인플레이션) 보다 가격을 더 끌어올릴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한편 전문가들은 가뭄과 열에 강한 개선된 커피 품종을 개발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다. 세포 배양 방식 등을 활용한 대체 커피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이뤄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 제휴>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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