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찾은 ‘더 하우스 오브 지엠(GM)’은 유명 브랜드의 팝업 스토어를 연상케 했다.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 출범 이후 최초로 글로벌 브랜드인 쉐보레·캐딜락·GMC를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도록 꾸민 자동차 멀티 브랜드 샵이란 사실을 정문에 들어서는 순간 까맣게 잊어버렸다.
일단 외관부터가 남달랐다. 더 하우스 오브 지엠은 GM의 창립자인 윌리엄 듀란트가 처음 사업을 시작한 ‘팩토리 원(Factory One)을 모티브로 기획했는데, 아치형 외관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1층 공간은 통유리여서 매장 밖에서도 안이 훤히 들여다 보였다. 건물의 전체적인 톤도 화이트여서 트렌디하면서 화사한 분위기를 연출됐다. 아마도 패션 팝업 스토어로 생각하며 매장 앞을 지나쳤을 사람들이 꽤 있을 법했다.
의류 팝업 스토어 연상케 하는 멀티 車 브랜드샵…'1962년형 임팔라' 눈길
GM한국사업장도 5월 더 하우스 오브 지엠을 오픈할 때 노린 것이 궁금증 유발이었다. 공간 기획을 총괄한 정정윤 GM한국사업장 마케팅 총괄 책임자(CMO) 전무는 “밖에서 봤을 때나 안에 들어왔을 때나 이 공간이 궁금증을 유발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그래서 전시장을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 강남 도산대로로 정했고, 아트 작업과 전시차량을 눈에 더 띄고 궁금증을 유발하는 공간으로 기획했다”고 소개했다.
1층 매장 안으로 들어섰더니 민트색 기반의 알록달록한 색깔을 한 전시 차량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이 차량은 커스터마이징 카 1962년형 쉐보레 임팔라다. 커스텀 아티스트 서우탁 작가와 협업한 작품으로, 이 차량은 실제 운행이 가능한 차다. 서 작가는 올드카를 복원과 자동차 튜닝을 전문으로 하는 루이스 스틸의 대표이기도 하다.
정 마케팅 전무는 “서 작가는 우리가 지향하는 클래식함과 트렌디함을 균형감 있게 기획했다”며 “우리가 더 하우스 오브 지엠의 첫번째 콜라보 아티스트로 초대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차량 내외부엔 미국차를 선호하는 서 작가의 취향이 담겨 있었다. 서 작가가 생각하는 미국의 모습, 그리고 차량 휠부터 차체 하단까지 다양한 곳에 미국의 문화와 디테일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운전석 대시보드에 놓여 있는 나이키 신발도 미국을 상징하는 브랜드라고 생각한 서 작가가 직접 골라 배치했다.
“GM대우는 잊자”…美 정통 브랜드 지향의 구심점
사람이 가장 많이 드나드는 1층 입구에 미국 문화를 상징하는 ‘1962년형 임팔라’라가 전시된 건 GM 한국사업장의 계산이 반영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GM대우의 어두은 그늘에서 벗어나 정통 미국 브랜드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는 얘기다.
정 마케팅 전무는 “GM이 한국에 진출하면서 대우자동차의 레거시 차량들을 그대로 받아서 판매했었고 여전히 그런 기억을 갖고 있는 고객들이 있다"면서 “GM 자체는 미국 브랜드이자 글로벌 브랜드인데 뭔가 트렌디한 느낌보단 올드한 느낌이 강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라이프 스타일이나 음악, 패션 등 많은 분야에서 트렌드를 이끄는 나라"라면서 “앞으로 한국 시장에서 GM은 진정한 미국 브랜드로 포지셔닝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며 더 하우스 오브 지엠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명옥 GM 한국사업장 홍보부문 전무도 “과거에 GM의 역사를 전체적으로 보면 업앤다운이 계속 있었다”며 “하지만 현재의 GM은 전기차 시대로 전환하면서 '올 일렉트릭 퓨처’를 내세우며 미래 지향적인 브랜드로 한국 고객들에게 접근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폐에어백 활용한 고객 체험존 인기…시에라 등 프리미엄 라인 전시
더 하우스 오브 지엠의 1층 전시장에 마련된 고객 체험존도 인상적이었다. 이 공간은 업사이클링 브랜드 컨티뉴와 협업해 조성했다. 컨티뉴는 자동차 페기물을 업사이클링 하는 브랜드다.
GM은 여느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 못지 않게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고객 체험 존에서는 자동차 부품을 재활용해서 버려진 것들을 다시 살리는 작업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정 마케팅 전무는 “네이버로 예약을 하고 매장을 방문하면 폐에어백 등을 활용해 에코백을 만들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할 수 있다"며 “자녀들을 동반한 가족 단위로 매장을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2층 공간엔 프리미엄 차량인 GMC의 대형 픽업트럭 시에라와 캐딜락의 에스컬레이드가 전시돼 있었다. 특히 시에라는 지난 2월 한국에 출시된지 이틀 만에 초도 물량이 완판되며 화제를 모았다. 현재 전국 11개 전시장에만 전시돼 있는데 시승은 더 하우스 오브 지엠에서만 가능하다. GM이 한국에 출시한 차량 가운데 시승 신청률이 가장 높다.
시에라의 출고 대기기간은 최대 3개월이 걸렸지만 현재는 계약 후 6주 안에 인도 받을 수 있다.
GM 해외사업장, ‘더 하우스 오브 지엠’ 벤치마킹 나서
2층 공간은 1층과 달리 좀더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바 형태의 상담 공간에서 마스터들이 차량 구매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친절하게 알려줬다. 정 마케팅 전무는 “온라인 판매에 대한 도움을 받고 싶은 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2층 현장에 상주하는 저희 마스터를 통해 자세한 구매 방법과 시승 신청을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객에게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이런 공간을 만든 것"이라며 “실제 이곳에서 마스터와 온라인 견적을 내고 온라인 샵에서 구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더 하우스 오브 지엠은 글로벌 본사 차원에서도 관심이 높다. GM의 멀티 브랜드 샵은 국내에서 최초이고 GM 매장을 운영하는 전세계 국가에서도 중국의 ‘듀란길드’를 제외하면 없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GM이라는 브랜드를 직접적으로 내세우지 않고 있어 사실상 더 하우스 오브 지엠을 GM의 글로벌 최초 멀티 브랜드 샵으로 봐도 무방하다. 윤 홍보 전무는 “실판 아민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5월 방한했을 때 더 하우스 오브 지엠을 긍정적으로 펑가했다”며 “한국에 문을 연 더 하우스 오브 지엠을 벤치마킹 삼는 해외 GM 사업장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GM 한국사업장은 서울 강남에 문을 연 더 하우스 오브 지엠이 계획대로 잘 안착하고, 고객들이 원한다면 다른 지역에 추가로 오픈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정 마케팅 전무는 “제주와 부산 등 지방에서도 더 하우스 오브 지엠이 생겼으면 좋겠다라는 피드백이 있다”며 “아직 정해진 건 없지만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문을 열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GM 한국사업장은 최근 현대차(005380)가 시작한 헤리티지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정 마케팅 전무는 “GM의 역사는 120년이 넘었고, 한국에서도 10년 전부터 헤리티지 얘기를 하고 있다”며 “고종 황제가 GM 차량을 탔던 역사라든가, GM의 헤리티지 가운데 한국과 연결지을 수 있는 부분을 고민해볼 것"이라고 귀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