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챗GPT로 누구나 쉽게 코딩…"SW 엔지니어 전성시대 끝났다"

◆실리콘밸리 뒤흔든 생성형AI

구글·MS, AI챗봇 코딩능력 강화

"챗GPT, 개발자 2~3명 몫 대신"

인건비 낮춰 인력확보 쉬워지면

빅테크-스타트업 격차 해소될 수도

"창의적 문제설계 능력이 더 중요"

지난 달 구글 연례개발자회의에서 순다 피차이 구글 CEO가 구글의 AI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지난 달 구글 연례개발자회의에서 순다 피차이 구글 CEO가 구글의 AI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익명 기반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최근 ‘엔지니어 전성시대는 끝났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한 엔지니어는 이 글을 통해 “이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사라져가는 직업이 되고 있다”며 “챗GPT가 이제 스스로 명령을 내리고 작성하는 데 능숙해 사람이 노를 저을 필요 없이 스스로 개울을 건너고 있다”고 두려움을 표했다. 이에 500여명의 이용자들이 댓글을 남기며 저마다 챗GPT의 위력과 이로 인한 두려움을 전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빠른 발전이 코딩 문해율을 빠르게 높이면서 지난 10여년을 지배한 소프트웨어 전성시대를 끝낼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오고 있다. 프로그래밍 언어를 조금만 익히면 누구나 쉽게 AI의 도움을 받아 코드를 짤 수 있게 되면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진입장벽이 크게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엔지니어를 다수 확보하지 않고도 쉽게 창업을 하고 스케일업을 할 수 있게 됐다.



지난 달 열린 미국 실리콘밸리 마운틴뷰 구글 쇼어라인 앰피씨어터에서 열린 구글의 연례개발자회의(I/O). 순다 피차이 알파벳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나라 서울에 있는 구글 코리아 엔지니어가 구글 본사의 엔지니어와 디버깅(코드 오류 찾아내기)을 하는 과정에서 작성한 코딩에 대한 설명을 한국어로 입력하는 과정을 시연했다. 구글은 이 과정에서 대화형 인공지능(AI) 바드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능력 중 하나로 코딩 능력을 꼽았다. 페이지 베일리 구글 프로덕트 매니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플랫폼인 깃허브의 코파일럿 기능은 확장 기능의 하나로 코드 작성이 가능하다면 구글의 강점은 코드 작성부터 보안, 취약성 점검, 디버깅 등 코딩의 전 과정을 지원한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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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MS도 연례 개발자 회의 ‘빌드 2023’을 열고 반격에 나섰다. 깃허브 코파일럿 기능을 단순한 확장 기능에 머물지 않고 PC운영체제인 윈도에 통합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를 통해 개발자들은 웹브라우저를 열지 않고도 코파일럿 기능을 불러와 특정 작업 목표를 말하면 이에 대해 작성할 코드에 대한 추천을 받고 AI가 오류를 찾아내고 설명해준다. AI 챗봇 서비스들이 저마다 앞다퉈 코딩 전과정의 완성도와 매끄러운 사용자 경험을 강조하는 이유는 챗GPT 등 생성형AI가 코딩 분야에 특화돼 있다는 점과 동시에 이용자들의 수요가 그만큼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타트업 사이에서는 챗GPT가 엔지니어 여럿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는 반응도 나와 적은 규모로도 생산성 향상을 체감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정치 커뮤니티 플랫폼 옥소폴리틱스의 유호현 창업자는 “챗GPT가 개발자 2~3명의 몫을 너끈하게 해내고 있다”며 “최근에 선보인 뉴스AI 기능은 아이디어를 떠올린 지 이틀 만에 기능을 구현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깃허브 조사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깃허브에 공유된 코드 100줄 중 40줄 꼴로 생성형AI 기반으로 코드가 작성됐다. 깃허브의 토마스 돔케 CEO는 “5년 내에 코파일럿을 기반으로 작성된 코딩은 두 배인 80%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40억 달러(약 5조원)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은 생성형AI 스타트업 스태빌리티AI의 에마드 모스타크 창업자는 최근 골드만삭스가 주최한 한 컨퍼런스에서 “챗GPT가 풀어낸 코딩 문제로 구글의 선임 소프트웨어 개발자 일자리에 합격한 사례도 있다”며 “5년 뒤에는 프로그래머가 사라질 정도의 변화가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MS의 한 엔지니어가 블라인드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전성시대는 끝났다”고 두려움을 토로하는 글에 500여개의 댓글이 화답했다. /블라인드 갈무리MS의 한 엔지니어가 블라인드에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전성시대는 끝났다”고 두려움을 토로하는 글에 500여개의 댓글이 화답했다. /블라인드 갈무리


이미 변화는 빠르게 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오픈AI의 챗GPT가 출시된 직후만 해도 AI챗봇에 적절한 지시와 명령을 내릴 수 있는 ‘프롬프트 엔지니어’가 각광받는 포지션으로 떠올랐다. 샘 알트만 오픈AI CEO는 “AI의 발전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고급 기술”이라고 언급했다. 오픈AI의 구인 게시판에는 최대 33만5000달러의 연봉을 지급하는 프롬프트 엔지니어 구인 공고가 떠 화제가 되기도 했다. AI가 올바른 답을 내릴 수 있도록 적합한 지시와 명령을 내려 AI의 역량을 극대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각 대학에서도 짧게는 3개월, 길면 6개월 과정의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코스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하지만 이 과정보다 더 빠르게 대규모 언어모델이 발전하면서 AI가 자체적으로 지시와 명령 없이도 답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능력을 보여줬다. 인디드에 따르면 지난 달 기준 미국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평균 임금은 11만4672달러로 점차 타직업과의 격차가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동시에 인건비가 낮아지면 스타트업이 엔지니어를 확보하는 것도 용이해져 장기적으로 빅테크와 스타트업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오거즈 아카르 영국 런던 킹스칼리지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프롬프트 엔지니어처럼 단순히 지시를 위한 완벽한 단어 조합을 만드는 것은 지속가능성에 한계가 있다”며 “창의적으로 문제를 설계하고 구조를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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