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프로축구 리그가 세계 5대 리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앞으로 5년이나 10년 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는 것은 흥미로울 것입니다.” (사이먼 채드윅 프랑스 스키마 경영대학원 교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알나스르)에 이어 카림 벤제마(알이티하드)가 사우디 리그에 합류했다. 프랑스 대표팀 출신 수비형 미드필더 응골로 캉테(첼시)도 조만간 알이티하드 유니폼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오일머니’를 앞세워 전 세계 베테랑 스타 플레이어들을 빨아들이고 있는 사우디가 세계 축구의 중심으로 떠오를 수 있을까.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이달 5일(한국 시간) 호날두가 뛰는 알나스르와 벤제마를 영입한 알이티하드를 포함해 알힐랄·알아흘리 등 자국 4개 팀의 지분 75%를 동시에 확보하는 프로젝트를 출범했음을 공식 발표했다. 이달 2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PIF는 4개 구단에 팀당 3명씩 총 12명의 세계 정상급 선수를 사우디 리그로 데려올 계획이다.
프로젝트의 시작은 호날두였다. 알나스르는 지난해 12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에서 뛰던 호날두와 2억 유로(약 2800억 원)의 연봉 계약을 체결했다. 알이티하드는 최근 1억 유로(약 1400억 원)의 연봉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벤제마 영입에 성공했다. 미국 인터 마이애미로 이적한 리오넬 메시가 최근 알힐랄로부터 제안받은 연봉은 4억 유로(약 5600억 원)로 알려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퇴물급 선수들에게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것 같지만 사우디의 목표는 확실하다. 중동 뉴스 전문 채널 알자지라는 “사우디 리그는 현재 1억 2000만 달러(약 1500억 원)의 수익을 2030년까지 4억 8000만 달러(약 6100억 원) 수준으로 늘리고 리그 가치 역시 8억 달러(약 1조 200억 원)에서 21억 4000만 달러(약 2조 7300억 원)로 성장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사우디 리그는 이미 호날두 영입으로 해외 방송 중계권을 수십 개 체결했다. 유명 선수들을 통해 티켓과 관련 상품 등을 판매하고 스폰서를 유치해 리그 전체적인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30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유치를 노리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메시를 영입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스타 플레이어를 향한 사우디의 욕심은 끝이 없는 듯하다.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바르셀로나), 네이마르, 세르히오 라모스(이상 파리 생제르맹) 등도 사우디가 눈독 들이는 스타들로 알려졌다. 한국 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도 사우디의 영입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는 “손흥민이 내년 사우디 구단들의 타깃이 됐다. 이미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손흥민의 사우디행이 현실성 없이 들릴 수도 있지만 스포츠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게다가 PIF는 이미 골프계에서 불가능할 줄 알았던 일을 가능하게 만든 이력이 있다. 1년 전 LIV 골프를 출범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전쟁을 펼쳤던 PIF가 최근 LIV와 PGA 투어의 합병을 이끌어낸 것이다.
LIV 골프의 시작도 오일머니를 앞세워 필 미컬슨, 브룩스 켑카, 더스틴 존슨(이상 미국),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등 세계적인 남자 골프 선수 영입이었다. 세계적인 축구 스타들을 빨아들이고 있는 사우디 리그가 축구계의 판도를 또 어떻게 바꿀 것인지도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