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4일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무더기 하한가 사태가 발생한 지 어느덧 두 달이 넘었다. 그사이 주가조작 혐의를 받는 라덕연 H투자자문 업체 대표와 공범들이 차례로 구속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양석조 서울남부지방검찰청장 등 4대 시장 감시 기관장들은 5월 23일 한자리에 모여 주가조작에 총력 대응하겠다고 다짐했다. 이후 5개 종목 하한가 사태가 또 벌어지자 이원석 검찰총장까지 6월 22일 거래소를 찾아 ‘일벌백계, 패가망신’이라는 초강경 발언을 내놓았다.
화려한 이벤트는 잇따르는데 검찰이 사건을 넘겨받은 4월 28일 이후 유독 들리지 않는 소식이 있다. 바로 ‘대주주 수사’다. 강제수사, 소환 조사, 신병 확보 등 속사포처럼 진행되는 다른 대형 사건에 비해 시간이 더 걸리는 모양새다.
앞서 김익래 전 다우키움그룹 회장은 주가 폭락 직전인 4월 20일 다우데이타 주식 140만 주를 처분해 총 605억여 원을 확보했다. 김영민 서울도시가스 회장도 같은 달 17일 서울가스(017390) 주식 10만 주를 팔아 약 457억 원을 현금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영민 회장의 동생인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이 이끄는 대성홀딩스도 올 3월 서울가스 지분 12만 주를 매각해 현금 538억여 원을 확보했다.
5월 4일 김 전 회장의 회장직, 키움증권(039490) 이사회 의장직 사퇴 선언 이후에도 여론의 시선은 여전히 싸늘하다. 주식 매각 대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공언은 면피용 카드처럼 인식됐다. 후속 조치도 없다.
대주주들의 관여 여부는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사안 가운데 하나다. 시장에서는 대주주들이 주가 급등 과정을 묵인했을 가능성을 아직도 높게 보고 있다. 유례 없는 하한가 사태에서 가장 큰 이득을 본 사람들인 만큼 반드시 강도 높게 수사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키움증권의 경우 5월 금감원 조사에서 회장뿐 아니라 한 임원 관련 인사까지 주가 급락일 이전 대량 매도에 나선 사실이 발각됐다. 당국의 조사 착수 내용이 대주주들의 귀에 들어간 게 맞는지, 맞다면 누구를 통해 어떻게 전달됐는지도 주요 관심사다.
회사 시가총액을 매일 관찰하는 대주주들은 금융 당국 조사관보다 어쩌면 더 먼저 불공정거래 여부를 인지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잡범들보다 대주주들에게 더 강한 경고장을 던져야 한다. 수사가 이들을 피해간다면 제도를 아무리 바꿔도 제2·제3의 라덕연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 대주주들의 혐의 유무까지 따져야 자본시장을 향한 신뢰가 온전히 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