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을 6개월 앞둔 안철상(사법연수원 15기) 대법관이 사법부 독립을 위해 입법권 강화와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안 대법관은 5일 한국법제연구원이 주관한 56회 입법정책포럼에서 '사법권의 독립과 입법 정책'을 주제로 "사법의 독립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사법권의 구성과 운영에 있어 그 자율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그런데 이와 관련된 사법 정책의 상당 부분은 예산과 입법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사법부는 예산안 편성권과 법률안 제출권이 없어서 시의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거나 계획적인 사법 정책을 수립해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극단적으로는 사법 정책의 실질적인 결정권이나 효과가 행정부·입법부에 의해 좌우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사법부 예산안이 행정부에 의해 수정되지 않고 그대로 국회에 제출될 수 있도록 하는 '예산 요구권'을 부여하거나 헌법 개정을 통해 사법부에 직접 예산안 편성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안 대법관은 재판 지연 문제를 두고 "재판 지연 현상에 대한 우려는 분명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도 "근본적인 해결 수단으로서 법관 증원, 재판 보조 인력인 재판연구원의 확충, 충분한 법정 시설의 확보 등 인적·물적 여건에 대한 투자 역시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국가 예산 대비 사법부 예산 비율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에 있고, 우리나라 법관들은 2019년 기준 독일의 5.17배에 이르는 사건 수를 부담하고 있다"며 "국격에 맞는 사법부 투자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