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피플

"소외 된 '포레스트 검프' 품을수 있는 사회돼야"

이교봉 서울시경계선지능인평생교육센터 센터장

인구 13.6%가 정상·비정상 경계

차별·편견에 숨거나 고립된 상태

흔하지만 실제로 잘보이지 않아

경쟁 그대로 노출 설자리 잃어가

'자립지원체계' 적극적 구축 필요





“인류의 지능지수가 정규분포를 따른다고 볼 때 인구의 13.59%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있는 ‘경계선지능인’일 수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셈이지만 실제로는 눈에 잘 보이지 않죠. 우리 사회가 이들을 사회 곳곳의 영역에서 배제하고 있는 데다 이들 스스로도 계속되는 차별과 편견으로 자신을 숨기거나 고립돼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서울시 경계선지능인평생교육지원센터에서 만난 이교봉(사진) 센터장은 “경계선지능인이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다. 경계선지능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열린 문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사회적 약자의 범주를 보면 아동·청소년·노인·장애인·여성에 이어 최근에는 청년까지 들어오게 됐다”면서 “그런데도 진짜 사회적 약자라고 할 수 있는 경계선지능인에 대한 관심은 부족한 편”이라며 아쉬워했다.

경계선지능인은 단어가 주는 이미지처럼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서 있는 사람들을 말한다. ‘느린 학습자’ ‘회색 지대의 사람들’이라고도 불린다. 이들은 지적장애는 아니지만 평균 지능에 미치지 못하는 인지능력을 가졌다.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 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DSM-4)에 따르면 표준화된 지능검사 기준 71~84점을 받을 때 경계선지능인으로 분류된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지능검사 결과 70점 이하는 지적장애, 71점 이상은 정상적 인지 기능이 있다고 여긴다. 즉 경계선지능인은 장애인이 아니기에 아무런 지원과 지지를 받지 못한 채 비장애인들과 똑같은 경쟁으로 내몰리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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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들은 겉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어 우리 사회가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저 조금 어눌해 보이거나 이해력이 부족해 보이기에 “좀 더 노력하면 된다”는 식으로 다그치게 된다. 학교에서 성적이 나쁜 학습 부진 아동에게 “네가 공부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단정 짓는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경계선지능 아동의 경우 노력과는 무관하게 학습 부진이 나타나고는 한다. 이 센터장은 “경계선지능인은 기억용량이 상대적으로 제한이 있고, 또 고등 학습을 위해 필요한 개념화나 추상화, 추론 능력이 부진한 경우가 많다 보니 학년이 올라갈수록 뒤처지는 일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가장 힘든 것은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정서적 고립이다. 사실 경계선지능인은 조금 느릴 뿐이지 조금만 도와주고 기다려 준다면 충분히 능동적이고 주체적으로 자기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영화 속 주인공 ‘포레스트 검프’가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사회적 배제 속에서 설자리를 잃어가는 것이 현재 벌어지는 악순환이다.

이 센터장은 “경계선지능인은 상대방의 감정에 공감하고 다른 사람의 관점이나 입장을 이해하는 ‘조망 수용 능력’이 떨어져 한마디로 눈치 없이 구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들 사이에서 이런 모습이 도드라지기 시작하면 배제나 따돌림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 “비장애인도 왕따나 괴롭힘을 당해 고립되면 정신적 퇴행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경계선지능 아동은 따돌림과 배제로 인한 정서적 불안감과 자존감 하락으로 학업 등 여러 성취가 더욱 저해되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자라난 아이들은 성인 단계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자립에 실패하거나 경쟁 사회에 부딪쳐 재차 고립되기도 한다. 그는 “취업을 예로 들자면 이들은 가장 늦게 뽑히고 가장 먼저 해고되는 사람들”이라고 표현했다.

이 센터장은 우리 사회가 이들 느린 학습자를 이해하고 지지해 주는 체계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호적인 지지 체계에서는 느린 학습자도 변화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며 “조금만 도와주면 자립할 수 있는 사람들을 국가에 의존하게 만든다면 그것이 오히려 손실”이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변화도 촉구했다. “포레스트 검프는 어눌한 데다 다리까지 불편해 주위의 걱정을 받죠. 하지만 그는 단짝 여자 친구와 소수 친구들의 응원과 지지 속에서 미식축구 선수도 되고 무공훈장도 땁니다. 나의 지지와 응원이 우리 주변의 경계선지능인들을 주체적이고 자립적인 삶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김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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