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페이퍼와 자회사 전주원파워 매각에 국내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제지 업체가 추가로 뛰어들면서 인수전이 가열되고 있다. 대형 사모펀드들이 투자 실탄을 대거 채우면서 고금리 영향으로 얼어붙었던 기업 인수합병(M&A) 시장도 활기를 되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스틱인베스트먼트와 국내의 한 제지 업체가 전주페이퍼 및 전주원파워에 대한 투자설명서(IM)를 검토하고 각각 입찰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매도자인 모건스탠리PE와 매각 주관사인 삼정KPMG·삼일PwC는 다음 달 중 매각 본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앞서 진행된 예비 입찰에서는 SK에코플랜트와 LX인터내셔널(001120), IMM PE, 하이자산운용 등이 적격 예비 인수군에 포함됐다. 다만 IMM PE는 투자 의향을 접었다. 스틱인베스트먼트는 현재 2조 원대를 목표로 조성 중인 5호 블라인드 펀드를 앞세워 전주페이퍼 인수전 참여를 검토 중이다. 스틱은 올 초 1조 2000억 원 규모로 1차 클로징을 마친 바 있다.
풍부한 자금력을 갖춘 스틱인베스트먼트와 국내 유력 제지 업체가 추가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본입찰은 예상보다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매각 측이 전주원파워와 전주페이퍼 통매각과 분리 매각을 모두 염두에 두고 있어 인수 후보들의 제안 구조도 다양해질 수 있다.
SK에코플랜트와 LX인터내셔널은 전주원파워에 눈독을 들이고 있고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전주페이퍼·전주원파워를 모두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전에 참여한 제지 업체는 전주페이퍼에만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세아가 인수전에 전격 등장할지도 관심이다. 세아상역을 통한 의류 사업이 주력인 글로벌세아는 2020년 인수한 종합 제지 업체 태림포장과의 시너지를 고려하고 있다.
모건스탠리PE는 2008년 신한대체운용과 함께 8100억 원에 전주페이퍼를 인수한 후 15년 만에 매각을 추진 중이다. 모건스탠리PE는 전주페이퍼 및 전주원파워 지분 58%를 보유 중이며 신한운용도 동반 매도권을 행사해 지분을 모두 정리할 예정이다. 전주페이퍼는 1965년 설립된 국내 최대 신문 용지 제조사다. 전주원파워는 전주페이퍼가 제지 제조 과정에서 필요한 열을 확보하기 위해 외부 폐기물을 받아 소각하는 그린에너지 사업부를 인적 분할해 만든 회사다.
금융투자 업계는 대형 블라인드 펀드를 보유한 사모펀드들이 본격적으로 투자처를 찾아나서기 시작하자 M&A 시장도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장법인 중 기업 M&A를 완료했거나 진행 중인 회사는 47개사로 전년 동기(51개사) 대비 7.8% 감소했다. 지속되는 고금리 환경과 금융시장 불안으로 투자 활동이 위축된 탓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고점에 다다랐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투자 결정에 큰 걸림돌이 됐던 인수금융 대출금리도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면서 “자금력을 갖춘 대형 사모펀드 중심으로 투자처를 모색하면서 경색됐던 시장에도 활기가 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틱인베스트먼트뿐 아니라 IMM PE와 한앤컴퍼니, 유니슨캐피탈코리아 등이 1조 원 이상을 목표로 M&A 펀드를 조성 중이거나 이미 결성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