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게이밍 수요의 증대 속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그래픽 전용 고성능 D램인 ‘그래픽더블데이터레이트(GDDR)’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차세대 제품에서 기술력 우위를 점하면서 이 시장 또한 주도할 채비를 갖추는 모습이다.
27일 미국 시장조사 업체 인더스트리그로스인사이츠(IGI)에 따르면 게임용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주로 사용되는 GDDR 시장은 2018년 32억 달러(약 4조 2400억 원) 규모에서 2030년 48억 달러(약 6조 36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7.6%의 성장 속도다. 업계에서는 특히 하이엔드 게임용 그래픽카드에 주로 사용되는 GDDR6 등 고성능 GDDR이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GDDR은 GPU에 주로 사용되는 D램으로 동영상·그래픽 처리에 특화된 제품이다. 인공지능(AI) 서버에 주로 활용되는 HBM보다 성능은 떨어지지만 개인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게임용 GPU에는 대부분 GDDR이 활용되고 있다. 이 시장에서는 미국의 마이크론이 앞서 나가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맹추격하는 양상이다.
게임용 GPU는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미국 엔비디아의 전통적인 주력 제품이었다. 엔비디아가 23일(현지 시간) 발표한 2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회사의 게이밍 분야 매출은 24억 8600만 달러(약 3조 3000억 원)로 전년 동기(20억 4200만 달러) 대비 21.7% 증가했다.
엔비디아의 GPU에 사용되는 GDDR은 마이크론이 대부분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최근 HBM을 앞세운 고성능 그래픽 D램 시장에서 경쟁력 우위를 점한 삼성전자가 차세대 제품의 유력한 공급사로 떠오르는 등 국내 업체들의 맹추격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7월 업계 최선단 제품인 GDDR7을 최초로 개발하고 엔비디아에 샘플을 공급해 차세대 시스템 탑재를 위한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또한 연내 GDDR7 개발을 마칠 계획이다.
반면 마이크론은 한발 늦은 내년 상반기에나 GDDR7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GPU 시장의 세계 최대 고객사인 엔비디아는 차세대 제품에서 마이크론 대신 삼성전자 제품을 우선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HBM을 주축으로 GDDR이 뒤를 받치면서 메모리 업계의 반등 시점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 서버용 GPU의 가격이 급등하면서 HBM 대신 GDDR을 탑재한 게임용 GPU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방식이 인기를 끌고 있는 점도 호재다. 업계 관계자는 “GPU의 인기가 높다 보니 엔비디아가 ‘고가 정책’을 고수하고 있고 여기에 탑재되는 메모리도 고가의 첨단 제품을 대량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기술력에서 우위를 점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수익성 개선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