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숙련 외국인 노동자뿐 아니라 해외 우수 인재가 몰려들면서 싱가포르 정부는 자국 노동 인력에 대한 처우 개선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좋은 일자리와 더 나은 임금을 놓고 해외 인재와 내국인 간 경쟁이 일종의 화약고가 됐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늘어나는 외국 인력 탓에 내국인들의 박탈감이 커지자 싱가포르 정부가 민심 달래기에 나선 셈이다.
실제 집회·시위가 엄격하게 통제되는 싱가포르에서 시내 중심의 홍림공원에 4000여 명의 시위대가 모인 2013년 시위는 싱가포르 정부에 큰 충격을 안겨준 사건이었다. 내국인들로 이뤄진 시위대가 거리로 나선 것은 정부의 이민정책 확대 백서가 기폭제가 됐다. 싱가포르 정부는 인구 백서를 통해 당시 530만 명의 인구로는 더 이상 경제성장의 활력을 찾을 수 없어 2030년까지 인구를 650만∼690만 명까지 늘린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 가운데 45%를 외국인 이민자로 채운다는 게 정부의 방침이었다.
문제는 대대적인 이민자 유치가 부동산 가격과 생계비 상승, 생활 여건 하락 등으로 이어지면서 내국인의 반발을 샀다는 점이다. 4000여 명이 모인 대규모 시위는 1970년대 초 민주화 시위 이후 40여 년 동안 이렇다 할 시위가 없었던 싱가포르에서는 중대한 사건으로 꼽힌다. 내국인들은 인도인들이 정보기술(IT) 계열 일자리를 모두 차지했다거나 중국 본토인들이 공공질서를 지키지 않는다는 등 특정국 출신 외국 인력에 대한 반감이 적지 않은 형편이다.
반감은 결국 총선 결과로 나타났다. 2020년 총선에서 여당 인민행동당(PAP)은 독립 이후 55년 만에 야당에 가장 많은 의석을 내주면서 ‘사실상’ 패배했다. 결국 리셴룽 총리는 이듬해 국경일 기념 연설을 통해 외국인 인력을 고용하는 기업들은 앞으로 모든 내국인 근로자들에게 최저임금으로 월 1400싱가포르달러(약 121만 원)를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거에는 해당 기업 내 외국인 고용 인력의 숫자에 따라 혜택을 받는 내국인 근로자 규모가 결정돼왔다. 리 총리는 또 직장 내 내·외국인 간 차별 조치 해결을 위한 지침을 법제화하는 동시에 재판소를 설립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오정은 한성대 교수는 연구 논문을 통해 “싱가포르의 내·외국인 갈등은 외국인 고급 인력 유입 증가에 대한 내국인들의 위기의식과 역차별 불만이 증폭돼 갈등으로 번진 것”이라며 “신중한 검토 없이 인구문제에 이민정책을 활용할 경우 의도하지 않은 부정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다각도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