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기업이 시작되고 성장하는 방식이 이전과 많이 달라졌다. 2조 5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직방’의 창업자 안성우 대표는 대학 시절 발품을 팔아 자취방을 구하던 경험에서 창업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제한적인 정보로 맞는 집을 구하기 어려우니 방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모아서 제공하자는 것이 출발점이었다. 자취생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불편이 그의 창업 계기였던 셈이다.
소득세 신고 환급 서비스를 제공하는 ‘삼쩜삼’으로 유명한 자비스앤빌런즈의 김범섭 대표는 기업의 목표를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의 본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는 영수증 붙이는 일을 없애겠다며 창업에 도전했다. 세금은 바로바로 걷어가던 나라가 환급은 알아서 해주지 않는 현실에 착안해 간편 세금 환급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다.
김용현 당근마켓 대표도 자사의 서비스가 중고 거래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을 넘어 동네 사람들끼리 연결해주는 서비스가 되길 기대했다. 모바일 기술 발달로 현대인의 상실감과 공허함을 모바일로 채울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한다.
이들의 창업 공통점은 그저 돈을 버는 것만이 아니라 사회문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미래 지향적인 시도를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성공적인 평가를 이끌어내며 꿈을 현실화했다. 게다가 이들 창업가 정신은 회사의 ‘가치’가 돼 시장에서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런 시기에 국회 스타트업 연구 모임인 ‘유니콘팜’의 대표로서 수많은 스타트업의 시작과 성장을 가까이에서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뚜렷한 가치가 있고 실제로 가치 실현을 위한 창업을 성공적으로 해낸 이들을 보고 있으면 필연적으로 정치와 정치인의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과거에는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이들이 시민운동이나 정치에 뛰어들었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더 나은 세상에 대한 비전이 있었고 정치를 통해 구현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주변에도 이 같은 이유로 정치를 시작한 이들이 많다. 그런데 지금의 정치는 과연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고자 하는 인재들에게 매력적인 곳일까.
내년 4월 10일이면 대한민국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다. 대기업을 물려받아 운영하는 시대에서, 이제는 기업가정신을 가지고 창업한 사람들의 시대가 도래했다. 세상을 바꾸는 방식 또한 정치 외에도 수없이 많아졌다. 그럼에도 정치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후보들이 이번 총선에서 많이 나타나 주목받길 바란다. 이들 인재가 정치권의 ‘유니콘’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스타트업의 방식으로, 정치의 방식으로, 또 각자의 방식으로 보다 많은 사람에게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모든 이들을 응원한다. 아울러 세상이 더 좋은 곳이 되길 바라는 이들이 계속해서 정치에 뛰어들길 희망한다. 어느덧 재선 국회의원이 되고 보니 그런 토양을 일궈야 한다는 데 일말의 책임감을 느낀다. 가치와 비전을 가지고 소통하고 설득할 각오로 들어와 그 자체로 평가받는, 스타트업 생태계의 모습과 유사한 정치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할 일들이 무엇인지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