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분기 국내 기업과 자영업자가 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으로부터 받은 대출 규모가 1년 만에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기업들이 은행 대출보다는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는데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은행 대출로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7일 한국은행은 올해 6월 말 기준 예금취급기관의 산업별 대출금 잔액이 1842조 8000억 원으로 전 분기 말보다 24조 3000억 원 증가했다고 밝혔다. 올해 1분기 증가 폭 20조 8000억 원보다 소폭 늘었다. 산업별 대출금 증가 폭이 전 분기보다 커진 것은 지난해 2분기 이후 1년 만에 처음이다.
산업별 대출금 증가 폭이 늘어난 것은 예금은행의 완화적 대출 태도로 금리가 낮아지면서 직접금융 메리트가 줄어들자 기업이 회사채 발행보단 은행 대출을 선호한 결과다. 올해 1분기까지만 해도 대출 건전성을 관리하던 은행들이 2분기 들어 대출 실적 확보를 위해 기업 대출을 늘린 결과로 풀이된다.
제조업 대출은 전 분기보다 5조 6000억 원 증가했다. 수출기업 등 자금 사정이 개선되면서 운전자금 수요가 줄면서 1분기(11조 원)보다 증가 폭이 축소됐다. 제조업 운전자금 대출은 1분기 9조 4000억 원에서 2분기 3조 원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서비스업 대출은 전 분기 대비 13조 4000억 원 늘면서 1분기(8조 4000억 원)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부동산업 대출이 6조 원 늘면서 1분기(5조 1000억 원)보다 증가 폭이 커졌다. 상업용 건축물 거래가 확대되는 등 부동산 거래가 회복되면서 대출이 다시 늘기 시작한 것이다.
건설업은 미분양 물량 감소, 정부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장 안정화 대책 등으로 대출이 1조 9000억 원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미분양이 감소하자 PF 사업이 다시 진행되면서 필요한 운전자금을 대출 받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권별로 살펴보면 예금은행은 완화적 대출 태도를 유지하면서 증가 규모가 17조 4000억 원에서 22조 5000억 원으로 확대됐다. 반면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은 대출 태도 강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3조 3000억 원에서 1조 8000억 원으로 증가 규모가 축소됐다. 이는 2015년 4분기 이후 약 8년 반 만에 최저 수준이다.
자영업자로 볼 수 있는 비법인기업의 예금은행 대출은 2조 5000억 원 늘면서 1분기(1조 원)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자영업자들은 부동산 거래 증가로 부동산업(7000억 원)을 중심으로 증가 폭이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