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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훈 카인드 사장 "우크라 재건, EPC보다 투자개발로…'원팀코리아' 구심점 되겠다"

[서경이 만난 사람 - 이강훈 카인드(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 사장]

◆대담=이혜진 건설부동산부 부장

폴란드 석유화학플랜트 등 5년간 13개국 22개 사업에 5억弗 규모 투자

기존 도급공사 입찰은 경쟁력 떨어져…선진국형 투자개발사업 전환 필요

자본금 한도 5000억서 2조로 늘어…韓건설사 해외진출 다방면으로 지원

이강훈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사장. 오승현 기자이강훈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사장. 오승현 기자




“해외 건설 수주 시 ‘원팀코리아’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손흥민 같은 공격수, 국토교통부가 주장이라고 하면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카인드)는 어시스트를 하는 미드필더 같은 역할이죠. 난도가 높은 투자 개발형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주고 직접 지분 투자도 합니다. 특히 올해 7월 국회에서 자본금 한도를 기존의 5000억 원에서 2조 원까지 늘려주는 법안이 통과되면서 카인드의 보폭이 앞으로 더 커질 수 있게 됐습니다.”



8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이강훈 카인드 사장은 취임 2주년을 앞둔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카인드는 2017년 10월 개정된 ‘해외건설촉진법’을 근거로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개발(PPP)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하도록 2018년 설립된 공공기관이다. 지금까지 13개국, 22개 사업에 5억 200만 달러 규모를 투자했다.

카인드가 설립되던 2018년은 국내 기업들의 해외 건설 수주전에 빨간불이 들어온 시절이었다. ‘중동 붐’이 한창이던 2010년 연간 700억 달러 이상을 수주하다 연간 200억~300억 달러로 규모가 뚝 떨어진 것이다. 이 사장은 “설계·조달·시공(EPC) 사업 수주가 정답처럼 여겨지던 시기였으나 중국이나 인도·튀르키예 등 인건비가 낮은 나라에서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입찰에 뛰어들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주 경쟁력은 예전 같지 않다”며 “‘선진국형 해외 건설 수주’로 불리는 투자 개발형 사업으로의 방향 전환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아직 설립 5년밖에 되지 않은 신생 공기업이지만 그동안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 사장은 기억에 남는 사업으로 폴란드 ‘폴리머리 폴리체 PDH/PP 플랜트 사업’을 꼽았다. 연간 40만 톤의 폴리프로필렌 생산시설과 부대 인프라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규모만도 11억 2000만 달러에 이른다. 국내 건설사가 유럽연합(EU) 국가에서 단독으로 수주한 프로젝트 중 역대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 플랜트 사업이다. 시공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7300억 달러를, 카인드가 57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 사장은 “올해 폴란드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첫 시제품을 생산하는 세리머니를 진행했다”며 “현대엔지니어링은 이 프로젝트의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폴란드를 EU 사업의 거점으로 삼아 유럽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트럼불 가스 복합 화력발전 사업도 카인드가 뒷받침하고 국내 발전사, 금융회사, 기자재 업체 등이 동반 진출한 원팀코리아로서 달성한 성과가 돋보이는 수주 사업이다. 이 사업은 지난해 글로벌 금융 전문지인 IJ글로벌이 개최하는 ‘IJ글로벌 2022’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계약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올해의 계약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륙별, 사업 유형별 우수 PF 사례를 심사해 사업주와 자문사·대주단에 수여하는 권위 있는 상이다.



이 사업은 미국 오하이오주 트럼불카운티 로즈타운시에 위치한 953㎿급 가스 복합 발전 사업으로 한국남부발전이 향후 운전 및 정비사업(ONM)을 도맡아 하는 구조다. 카인드는 직접투자와 펀드 투자를 합쳐 1억 달러 정도의 직간접투자를 단행했으며 우리·신한·부산은행, 하나증권 등 국내 금융기관도 미국 시장에 동반 진출해 자금 조달을 지원했다. 특히 3300만 달러 이상의 한국산 기자재를 사용하기로 결정해 국내 기자재 업체들이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 사장은 “공사가 관리하는 정책 펀드를 통해 총 30개 사업에 투자해 우리 기업이 2조 1000억 원의 EPC 사업을 수주한 것과 같은 효과를 거뒀다”며 “지금도 글로벌 경제 상황과 흐름을 감안해 투자를 검토하는 딜 파이프라인이 70여 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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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국토부와 협력해 파라과이 경전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파라과이 아순시온 지역과 이파카라이 지역을 잇는 총 44.14㎞ 교통 인프라 국책 사업으로 파라과이 정부에서 약 5억 400만 달러의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 사장은 “우리나라는 세계 5대 고속철도를 가진 철도 강국임에도 철도 시스템과 열차를 해외에 수출한 사례가 아직 없었다”며 “정부와 카인드가 협업해 한국 기업들에 기회를 열어주기 위해 특별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업에서도 원팀코리아 전략이 빛을 발했다. 먼저 사용자가 많은 경전철 앞 구간은 복선 구간으로 설계해 카인드가 EPC 투자를 결정했다. 나머지 단선 구간은 한국수출입은행이 차관을 제공해 국제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시공은 현대엔지니어링과 계룡건설이, 철도차량은 현대로템이 수출한다. 철도 시스템은 LS일렉트릭과 손을 잡았다. 내년 착공을 시작해 5년 안에 준공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6·25전쟁 이후 국제사회에서 차관을 받던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원조를 주는 것은 당연한 역할”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윈윈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연간 해외 수주 목표를 달성하려면 국내 기업들이 이제껏 진행해온 EPC 방식에서 벗어나 투자 개발형 사업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현재 세계 건설 시장 규모는 연간 14조 달러 안팎이다. 이 가운데 국제입찰로 시장에 나오는 건은 4000억~5000억 달러 규모로 약 3~4%에 불과하다. 이 사장은 “기존의 도급 공사 입찰은 이미 경쟁력이 없는 만큼 사업을 직접 발굴하는 시행사 역할이나 투자 개발형 사업 등으로 경쟁력을 갖춰가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사업 구조상 수익이 가장 많이 나오는 부분이 유지보수(ONM)와 부동산관리(PM)인 만큼 단순 도급을 벗어나 선진국형 해외 건설 수주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올해 7월 국회에서 카인드의 자본금 한도를 기존 5000억 원에서 2조 원까지 늘려주는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해외 사업 지분 유동화도 도울 계획이다. ONM 사업을 진행 중인 기업들의 투자 지분을 카인드가 사들이면 카인드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기대할 수 있고 기업은 또 다른 투자 재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 사장은 “예컨대 SK이앤씨의 튀르키예 이스탄불 해저터널이나 차나칼레 고속도로 등 정부에서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을 제공하는 사업들이 대상”이라며 “그린필드(생산시설을 직접 설립해 투자)뿐 아니라 브라운필드(이미 지어진 현지 시설에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투자해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다방면으로 도울 계획”이라고 전했다.

약 9000억 달러 규모의 수주가 기대되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서도 새로운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부터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대비해 운영하던 태스크포스(TF)도 올해 8월 정규 조직으로 편성했다. 이 사장은 “올해 국토부가 우크라이나 인프라 부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면서 약 5000건의 지자체 재건 프로젝트에 대한 정보를 확보해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에 공유하고 참여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며 “워낙 미국·유럽 등에서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 실제로 한국에 얼마나 지분이 주어질지 알 수는 없지만 그래도 기회를 만들어가는 것이 국토부와 카인드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말했다.

올해 안에 사우디아라비아 대사관 내 카인드 인프라협력센터도 개소한다. 올해 현대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단지 건설 사업인 ‘아미랄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국내 기업들의 수주 낭보가 이어지는 곳이다. 이 사장은 “협력센터에 주재원이 상주하면서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고 네옴시티와 관련된 연락망 기능도 하는 등 정보 제공과 기업 지원 등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같은 이유로 향후 폴란드에도 협력센터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불안정한 글로벌 경제 환경이 지속돼 해외 건설 시장도 녹록지 않지만 원팀코리아의 구심점으로 민관이 합심해 2024년까지 누적 투자 승인 2조 원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직은 직원이 90명 안팎인 작은 공공기관이지만 카인드를 거쳐간 직원들이 점차 업계에 퍼지면서 우리나라 건설 업계의 민관합작투자사업(PPP) 생태계를 조성해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혔다. 이 사장은 “조직이 작다 보니 직원들이 타당성 조사나 펀드 관리 사업 개발 협상 등 다양한 사업 부문을 경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카인드가 PPP 사관학교가 돼 인재를 많이 배출해 우리나라 건설 업계의 미래를 열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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