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강선봉 수사2계장이 8일 서울 마포구 광역수사단 브리핑실에서 '해외 3개국 연계 마약 조직 적발 사건' 브리핑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경찰청이 압수한 필로폰이 든 헬스보충제.연합뉴스캄보디아·중국·나이지리아에 거점을 두고 있는 마약 조직과 공모해 대량의 필로폰을 국내에 들여온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유통 직전 경찰이 약 19㎏을 압수했는데, 이는 62만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캄보디아·중국·나이지리아에 거점을 두고 지난해 11월부터 올 6월까지 국내에 필로폰 등을 유통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향정 등)를 받는 김모(49)씨 등 35명(구속 13명)을 적발했다고 10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 일당으로부터 필로폰 18.7㎏(시가 623억 원 상당)도 압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캄보디아 총책 송모(52)씨, 중국 총책 K(42·중국 국적)씨, 나이지리아 총책 I(35·나이지리아 국적)씨 등 해외 총책 3명의 지시에 따라 밀반입된 마약을 국내 유통책에 전달해왔다. 김씨는 송씨의 지시를 받고 올 3월 부산에서 나이지리아 마약조직이 헬스보충제로 위장해 들여온 필로폰 20㎏를 전달받은 뒤 이를 서울·대구·창원·오산 등지의 유통책과 K씨의 국내 유통책에게 나눠 전달했다. 김씨는 같은 달 송씨의 지시로 대전에서 비대면으로 필로폰 1㎏을 받아 4월 I씨의 국내 유통책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경찰은 올해 초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나이지리아 마약상이 국내에 필로폰을 유통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4월 김씨와 국내 유통책을 차례로 검거한 뒤 해외 총책 3명의 신원을 파악한 결과 모두 국내에서 처벌받거나 추방된 전력이 있었다. 송씨는 2016년 필로폰 2.5㎏을 필리핀에서 국내로 밀수한 혐의로 4년 6개월간 복역한 후 지난해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K씨는 올 4월 조직원을 통해 필로폰 5㎏을 밀반입하려다 세관에 적발됐다. I씨도 2021년 향신료로 위장한 대마 6.3㎏을 가나에서 국내로 발송하는 등 여러 건의 마약류 밀수·유통에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7월 국정원과 함께 송씨를 캄보디아 현지에서 검거했다. 외국인인 K씨와 I씨에 대해서는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인터폴)에 요청해 적색수배를 내린 상태다.
이들로부터 필로폰 등을 사서 투약한 투약사범 38명은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은 교도소 동기와 해외 마약상 등을 매개체로 협력하게 됐다”며 "오로지 국내 유통을 목적으로 해외 여러 조직이 연계한 것은 과거에는 보기 드문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