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기자의 눈] 개인 벤처 투자 길 열어야

이덕연 성장기업부 기자






벤처·스타트업 등 혁신 생태계에 베팅하는 벤처 투자 시장이 연일 위축되고 있다. 올 상반기 벤처캐피털이 스타트업에 투자한 금액은 4조 4447억 원으로 전년 동기(7조 6442억 원) 대비 반토막 났다. 문제는 연말부터다. 벤처기업 투자액이 가장 많았던 시기는 2021~2022년이다. 스타트업은 통상 2년 주기로 자금을 받아 사업을 영위한다. 2021년 말 투자를 받은 기업들의 후속 투자 주기가 곧 도래하는 것이다. 올 연말에 후속 투자자를 구하지 못해 상당수 스타트업이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장에서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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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시장에 온기를 불어넣을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정부가 모태펀드 출자 규모를 늘려 마중물을 댈 수 있다. 현재 벤처 펀드의 60~70%는 모태펀드 등 정책금융 출자를 받아 결성된다. 정부 예산이 투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정부가 올해 3135억 원에 그쳤던 모태펀드 예산을 내년 예산안에서 4540억 원으로 늘린 것은 다행스러운 점이다.

정부뿐 아니라 민간도 벤처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야 한다. 현 제도상 벤처 펀드 출자자는 사실상 모태펀드나 대형 투자 기관으로 제한돼 있다. 개인이 벤처·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은 사모펀드 형태를 띠고 있는 엔젤투자조합을 제외하면 사실상 막혀 있다. 개인이 유망 비상장기업 지분에 투자하도록 하는 제도로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가 꼽힌다. BDC는 공모펀드 형식으로 개인이 전문 투자 기관에 자금을 위탁해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국무회의를 통과했지만 아직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BDC는 미국 등 금융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돼 있다. 민간자금이 성장성이 큰 기업에 투입돼 경제 전체의 활력을 높이고 투자자들에게 수익도 안겨 준다. BDC가 활성화 되면 모태펀드 예산 증감에 따라 벤처 시장 전체가 흔들릴 우려도 줄어드는 효과도 기대된다. 물론 벤처 투자의 고위험성을 감안해 투자 기구가 기업, 산업 간 분산 투자를 충분히 하게 하는 등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를 선제적으로 만드는 것은 필수 과제다. 벤처 투자 회복을 이끄는 동력이 민간에서 창출되기를 바란다.

이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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