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기준금리가 10회 연속 올라 4.5%에 도달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월가에서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피벗(Pivot·통화정책 방향 전환) 시점이 미뤄지게 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경기 침체에도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 길어질 수 있다는 신호가 나오는 탓이다.
14일(현지 시간) 유럽중앙은행(ECB)은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3종의 기준금리를 모두 0.25%포인트 인상한다고 밝혔다. 올 7월 28일에 0.25%포인트 인상한 후 한 달여 만이다. 이로써 ECB는 지난해 7월 당시 0%던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해 10회 연속 금리를 올렸다. 당초 시장은 이번 ECB 통화정책회의에서는 금리 동결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었다.
ECB는 경기 침체보다 인플레이션을 더욱 우려하며 이번 결정을 내렸다. 실제 유로존 20개국의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5.3%로 지난해 10월 10.6%의 절반으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ECB 목표치인 2%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연내 금리 동결 전망에 힘이 실리던 미국도 인플레이션 탓에 11월 이후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8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0.7% 상승해 시장의 예상을 웃돌았다. 앞서 13일 미국 노동부는 미국의 8월 CPI가 전월 대비 0.6% 상승했다고 밝혔다.
월가 기관들 사이에서는 8월 CPI·PPI가 예상 밖으로 높아 연준이 매파적 기조를 거두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이코노믹스는 “이번 CPI는 연준에 여러 딜레마를 제시한다”며 “우리의 기본 전망은 연내 금리 동결이지만 11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블룸버그가 산출한 ‘주거비 제외 근원 서비스(슈퍼코어) CPI’는 전월 대비 0.37% 증가했다. 3월 이후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슈퍼코어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현재 인플레이션의 핵심으로 지목한 영역이다.
인플레이션의 경직성도 8월 들어 다시 커졌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가격이 잘 떨어지지 않는 품목을 모아 별도로 집계하는 경직성 CPI(Sticky CPI)의 3개월 연율은 8월 3.6%로 전월(3.4%)보다 오름세가 가팔라졌다. 경직성 CPI의 상승 폭이 커진 것은 올 2월 이후 처음이다.
시장의 관심은 다음 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나올 점도표에 쏠린다. 연준이 점도표에서 내년 말 금리 전망을 기존 4.6%보다 높여 제시할 경우 피벗 시점을 늦출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즈호증권의 도미닉 콘스탬은 “(이날 CPI나 인력 부족을 고려하면) 연준이 내년과 내후년 금리 전망을 더 높이 올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