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러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러시아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직접 확인하고 러시아 국방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북한이 포탄·탄약 등을 공급하면 러시아가 반대급부로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기술 등을 지원하는 방식의 협의가 이뤄졌는지 여부가 주목된다.
17일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근 군 비행장과 해군 기지를 방문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전용 열차를 타고 크네비치 군용 비행장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각종 전략 폭격기와 다목적 전투기, 추격기를 비롯한 현대적 군용 비행기들을 돌아봤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현장에서 미그(Mig)-31 전투기에 장착된 극초음속 미사일 ‘킨잘’의 시스템을 선보였고 김 위원장은 킨잘 미사일을 직접 만져보기도 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전략핵잠수함과 수상함·항공대 등 최신 장비를 갖춘 러시아 태평양함대 기지를 방문했다. 쇼이구 장관은 김 위원장의 태평양함대 방문 뒤 이어진 회담 자리에서 양국의 국방 전략과 전술적 협동 방안을 논의했다.
김 위원장의 러시아 극동 지역 순방 행보가 군사시설에 집중된 만큼 양국 간 군사 협력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14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국장은 현지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이미 한 달 반 전부터 북한이 러시아에 탄약 제공을 시작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등 방러 일정을 이어가고 있는 김 위원장은 북한에서 타고 온 전용 열차에서 숙박을 해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러가 겉으로는 밀착하고 있지만 김 위원장의 신변 안전을 확신하지 못할 정도로 양측 간 신뢰가 굳건하지 못함을 암시하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현지 관계자들은 “김 위원장의 이동 거리와 동선을 볼 때 외부 시설에서 숙박한 모습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며 “경호·보안 문제에 각별한 김 위원장의 의중도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12일(현지 시간) 북한과 러시아의 접경지인 하산역에 도착해 이날까지 5박 6일의 러시아 방문 일정을 마쳤다.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이날 김 위원장이 전용 열차를 타고 북한을 향해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5박 6일은 김 위원장의 역대 최장 해외 체류 기간이다. 김 위원장의 열차가 북한 평양에서 출발한 10일을 기준으로 하면 7박 8일을 러시아 방문에 할애했다. 김 위원장은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의 회담은 2019년 4월 이후 4년 5개월 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