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7월 출생아도 2만명선 깨져…저출산 브레이크가 없다

[넉달연속 출생아수 1만명대]

충북 제외 전 지역서 신생아 줄어

올 4분기 합계출산율 0.6명대 추락

인구도 3년 9개월째 자연 감소세

2차 에코붐세대 결혼 적령기 진입

가정 조성 유인 정책 마련 등 필요





올 7월 출생아 수가 역대 최초로 2만 명 아래로 내려갔다. 벌써 4개월째 월별 출생아 수가 1만 명대로 쪼그라든 것이다. 이대로면 올 4분기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15~49세에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6명대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전문가의 경고가 나오고 있다.



27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7월 출생아 수는 1만 9102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보다 1373명(6.7%) 줄었다. 7월 출생아 수가 2만 명에 미치지 못한 것은 월간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1년 이후 처음이다. 1990년대 후반까지도 5만 명대를 유지했던 7월 출생아 수는 2003년 처음 3만 명대로 감소했다. 이후 2017년 2만 명대로 떨어진 지 6년 만에 1만 명대를 기록하게 됐다. 올해 출생아 수가 2만 명을 넘은 달은 1월(2만 3179명)과 3월(2만 1138명)뿐이다.

출생아 수를 지역별로 보면 충북(37명 증가)을 제외하면 전 지역에서 신생아가 줄었다. 인구가 많다는 서울과 경기의 경우 7월 출생아 수는 각각 3298명, 5707명으로 전년 대비 232명, 574명 감소했다. 지방으로 갈수록 아이 울음소리 자체를 듣기 어렵다.



출생아 수의 드라마틱한 급감은 사망자 수를 보면 확연해진다. 올 7월 사망자 수는 1년 전보다 8.3% 늘어난 2만 8239명이다. 출생아 수보다 9000명 넘게 많다. 인구가 자연감소한다는 뜻이다. 이미 2019년 11월부터 45개월 연속 인구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시도별로는 세종(2.9%)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인구가 자연감소했다. 인구가 가장 많이 줄어든 지역은 전남(-6.5%)이었고 경북(-5.2%), 전북(-4.9%), 부산(-4.4%) 등도 감소세가 심각했다. 이대로면 지방부터 시작해 수도권·서울 순으로 사람이 줄어 결국 대한민국이 사라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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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올해 합계출산율이 0.72~0.73명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 만약 이 예상이 맞다면 합계출산율은 지난해(0.78명)에 이어 최저치를 또다시 경신하게 된다. 특히 전통적으로 출생아 수가 적은 4분기에는 합계출산율이 0.6명대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지난해 4분기 합계출산율은 0.7명이었는데 이게 깨지는 것이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현재 추세를 고려하면 올해 연간 합계출산율은 0.7명대 초반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통계청 관계자도 “4분기에 합계출산율이 0.7명을 밑돌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이다. 2021년 기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의 합계출산율 평균은 1.58명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0.81명으로 가장 낮다. 우리나라 다음으로 낮은 스페인(1.19명)과 이탈리아(1.25명), 일본(1.30명) 등도 합계출산율이 모두 1명을 웃돈다. 저출산은 특별하고도 고질적인 한국병으로 자리했다.

올해 출생아 수가 이례적으로 낮은 모습을 보이는 데는 단기적으로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혼인 건수 감소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보통 결혼 후 첫아이를 낳을 때까지 2년 정도의 기간이 걸린다고 보는데 현시점에서 2년 전인 2021년의 연간 혼인 건수는 19만 2507건에 불과하다.

하지만 젊은 층 사이에서 결혼 기피 현상이 심각하다는 게 더 근본적인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실시한 사회조사에 따르면 전체 20대 중 ‘결혼을 해야 한다’ 혹은 ‘결혼을 하는 게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2년 57.7%에서 35.1%로 급감했다. 올해 반등세를 보여오던 혼인 건수에도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실제 7월 혼인 건수는 전년 동월보다 5.3% 줄어든 1만 4155건을 나타내면서 3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했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결혼 적령기에 들어서고 있는 ‘2차 에코붐(1991~1996년생)’ 세대가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육아휴직 장려, 주택 공급 등 손에 잡히는 현실적 처방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 때문에 정부는 최근 육아휴직급여 상한을 150만 원에서 최저임금 수준인 200만 원대까지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적극적인 이민정책까지 추진해 인구 소멸 상황은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홍석철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서울대 경제학과 교수)은 “1990년대에 태어난 에코 코호트(세대 집단)가 속속 결혼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이들이 아이를 갖도록 유인하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령 육아휴직급여 강화 등 정책 영역에서 과감히 치고 나가는 동시에 필요한 경우 민감한 주제를 공론화하는 등의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세종=심우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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