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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국제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고아성의 헬조선 탈출은 성공일까[여기, BIFF]

영화 '한국이 싫어서' 리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젊은 세대 현실 담은 '헬조선' 탈출기



2023년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가 개막했습니다. 이사장, 집행위원장이 공석인 초유의 상황에서도 멈추지 않는 영화에 대한 열정을 서경스타 독자들께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영화 '한국이 싫어서' 스틸 /사진=부산국제영화제영화 '한국이 싫어서' 스틸 /사진=부산국제영화제




헬조선, 지옥(Hell)과 조선이 합쳐진 신조어로 2010년대부터 한국 사회의 현실에 지친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말이다. 이 단어가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한국이 싫어서'(감독 장건재)는 이러한 고민의 기로에 던져진 젊은 세대들의 절망과 고난을 담아냈다.

계나(고아성)는 평소 쳇바퀴 같은 일상을 살던 평범한 직장인이다. 가정환경이 좋지는 않으나 열심히 공부해 좋은 대학을 나와 직장인으로서 부지런히 살아간다. 오래 사귄 남자친구 지명(김우겸)에게 청혼까지 받은 상황, 하지만 그러한 굴레 속에서 계나는 무언가 자신의 행복을 구성하는 하나의 퍼즐 조각을 잃은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영화 '한국이 싫어서' 스틸 /사진=부산국제영화제영화 '한국이 싫어서' 스틸 /사진=부산국제영화제


계나가 선택한 것은 뉴질랜드행, 남자친구와도 이별한 그는 거침없이 앞을 향해 나아간다. 할 수 있는 일은 사무직이 아닌 고된 아르바이트와 현장직뿐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는 날에는 자신의 삶을 유유자적하게 즐기며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나간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도 잠시, 모종의 사건으로 그는 한국에 돌아오게 되고 더 큰 지옥을 보게 된다.

'한국이 싫어서'는 장강명 작가가 쓴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계나를 중심으로 젊은 세대가 자존을 이뤄내는 여정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결혼을 해야 하는 나이의 기준, 취업을 하지 않으면 뒤처진다고 여겨지는 편견 등 한국 사회가 가진 오만과 모순을 여실히 드러낸다.

영화 '한국이 싫어서' 스틸 /사진=부산국제영화제영화 '한국이 싫어서' 스틸 /사진=부산국제영화제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는 말처럼 어느 곳에 가든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들은 일어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순 없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서사도 인상 깊다. 그런 의미에서 더욱 계나를 바라보는 관객들에게도 '헬조선 탈출만이 답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많은 물음표를 남긴다.





다만, 계나에게 있어서 행복의 선택지가 남성의 구원으로서만 존재한다는 서사적인 면은 꽤 아쉽다. 물론 계나는 그러한 선택을 피해 자신만의 고생길을 다시금 만들어 나가지만 꿈의 실현 혹은 여성들의 연대가 계나의 손을 잡아주고 꽃길로 끌어주는 계기가 됐을 수도 있다. 그러한 서사가 조금 더 많았다면 실제 여성들이 피부로 느끼는 현실에 더 가깝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부산=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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