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지역별 전력 자급률을 평준화해야 한다. 지난해 기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전력 자급률은 67%며 서울은 단 9%에 불과했다. 반면 비수도권의 전력 자급률은 100%를 웃돌아 수도권의 전력 부족분을 보충했다. 이러한 전력 수급 불균형은 송배전망 투자비 상승과 전력 계통망 부담 증가 등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킨다. 더구나 미래에는 전기차와 데이터센터의 확산으로 전력 수급 불균형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별 전력 자급률을 평준화하려면 에너지 수요를 분산해야 한다. 하지만 산업 인프라와 기업 운영 측면에서 수도권 입지가 유리한 만큼 에너지 수요의 분산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따라서 에너지 공급의 분산이 더 효과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이때 분산전원(화력·원자력발전 등 대규모 집중형 전원과 달리 전력 수요가 있는 곳에 설치하는 소규모 발전 시설)은 수요지 인근에서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장거리 송전망 및 대규모 발전소 건설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사회적 갈등 우려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분산전원을 확대하려면 지역별 환경을 고려한 전략이 필요하다. 특히 부지 확보가 어려운 수도권 지역에서는 연료전지와 같이 24시간 전력 공급이 가능한 소규모 분산전원을 중심으로 확대해야 한다. 연료전지는 연료가 가진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는 에너지 변환 장치로 배터리와는 달리 연료가 공급되는 한 전기를 계속 생산할 수 있다. 또 탄소 중립 이행 과정에서 전통적인 에너지 산업 시설이 좌초자산(원래는 경제성이 있었지만 시장 환경이나 기후의 변화로 더는 경제적 이익을 올리지 못하게 된 자산)화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분산전원의 확대는 이미 에너지 공급의 허브로 사용되고 있는 주유소 등의 시설을 중심으로 추진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효율적이며 수용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은 주유소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는 도심형 소규모 분산전원으로서 적절한 대안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부는 2021년 말부터 규제 특례를 도입하는 등 에너지 슈퍼스테이션 활성화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정부가 세계 최초로 개설한 수소발전입찰시장(CHPS)은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으로 대표되는 도심형 소규모 분산전원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컸다. 이 시장은 수소 또는 수소화합물을 연료로 생산한 전기를 구매·공급하는 곳으로 발전 기술 간 경쟁을 촉진하고 발전단가 인하를 유도할 수 있었다. 하지만 8월 입찰 결과 대규모 5개 발전소만이 최종 낙찰자로 선정돼 기대를 저버렸다. 대형 발전소의 시장 지배로 인한 과점의 고착화 우려만 키운 것이다.
물론 정부는 수소발전 입찰 시장 평가에서 수요지 인근 여부, 계통 수용성 평가 등을 통해 소규모 발전 시설의 긍정적인 효과를 일부 반영하려 노력했다. 그러나 입찰 결과로 볼 때 아직 실효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이대로는 지역 간 전력 계통 불균형 해소, 경제적 효율성, 주민 수용성 등의 측면에서 상당한 이점을 갖고 있는 소규모 수소발전 시설이 활성화하기 어렵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수소발전 입찰 시장의 정성 평가 항목에서 에너지 슈퍼스테이션의 기대효과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연료전지 산업이 분산 발전 활성화, 국내 전력 수급 안정화 및 수출 산업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점차 입찰 물량을 확대해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