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로 장차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경고가 끊이지 않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국민경제자문회의가 주최한 국제 컨퍼런스에서 급격한 고령화로 한국 경제성장률이 2050년 0~1% 사이에서 수렴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를 거듭 강조했다. 다른 국내외 기관에서도 저출산발(發) ‘제로 성장’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인구 쇼크 여파로 2040년 0%대 성장률을 예상했고 한국금융연구원(KI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30년 이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도 안 될 것으로 봤다.
급속한 저출산·고령화로 우리나라 성장 잠재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1970년대 고도 성장기에는 두 자릿수에 달했던 잠재성장률이 올해는 2%에도 못 미칠 가능성이 높다. 일할 사람이 줄어들면서 생산·소비가 위축되고 연금·의료보험 건전성 악화와 재정난이 가중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 활력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2006년 이후 저출산 흐름을 저지하겠다며 정부가 15년간 280조~380조 원을 투입했지만 현실은 갈수록 암울해지고 있다. 역대 정부들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맹탕’ 출산 장려 정책을 열거하는 사이 인구절벽 문제는 어느덧 현실적 위협이 됐다.
실패한 과거의 대책들을 재탕하며 시간을 허비할 여유는 이제 없다. 이인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이날 컨퍼런스 개회사에서 “저출산은 단순히 출산과 육아에 들어가는 비용과 시간 문제가 아니다”라며 “모든 정책이 곧 저출산 정책이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드는 시간적·경제적 부담을 국가가 줄여주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출산·보육·육아 장려를 위한 지원 정책에는 기존 틀을 깨는 파격적인 발상을 접목해 인구절벽 위기에 맞서야 한다. 아울러 저출산 위기 대응 해법과 함께 생산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구조 개혁과 초격차 기술 확보에 더욱 속도를 내야 저성장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를 위해 노동·연금·교육 3대 개혁과 법인세·상속세 부담 완화를 위한 세제 개혁, 규제 혁파 등으로 기업의 ‘모래주머니’를 제거해줘야 한다. 또 미래 성장의 발판이 될 첨단기술 분야의 인재 육성에 정부와 민간이 아낌 없는 투자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