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화학(298000)을 실적 부진의 늪으로 빠뜨렸던 베트남 법인이 살아나고 있다. 2018년 진출 이후 5년 만에 공장 가동이 100% 정상화되면서 처음으로 분기 흑자도 기록했다. 늘어나는 부채에도 조현준 효성 회장이 긴급 자금을 조달하며 어려운 시절을 버틴 결과다. 내년부터는 유럽과 일본으로 고부가제품 판매를 늘려 수익성도 높인다는 계획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의 베트남 법인 공장은 8월부터 가동률 100%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21년 공장 완공 이후 완전한 가동 정상화는 2년 여만이다.
효성화학은 주력제품인 폴리프로필렌(PP)의 수직계열화와 동남아시아 생산거점 구축을 위해 2018년 1조 7000억 원을 투입해 베트남 법인을 세웠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순차적으로 생산시설을 완공했지만 설비 결함으로 4~5번의 정기보수를 해야했다. 가동률이 떨어진 이유다. 여기에 PP 시황 둔화와 프로판 가격 급등 등 악재가 맞물리며 13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생산 급감은 손실을 눈덩이처럼 불렸다. 베트남 법인의 순손실 규모는 2020년 544억 원, 2021년 605억 원에 이어 지난해 3137억 원으로 확대됐다. 올해도 3분기 누적 5334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효성화학은 베트남 사업에 대한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을 믿고 지원을 지속했다. 베트남은 조 회장이 그룹의 장기 성장을 위해 투자하고 있는 핵심 지역이다. 조 회장은 6월에도 팜 민찐 베트남 총리와 만나 "효성에게 베트남은 전략 시장"이라며 "앞으로 100년 간 회사의 미래를 베트남에서 도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효성화학은 8월과 9월 1000억 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고 10월에도 제3자배정(효성) 유상증자를 통해 약 500억 원을 조달했다. 그 결과 베트남 법인에서 반등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동률을 회복하면서 올 3분기 역대 첫 흑자(12억 원)도 냈다.
베트남 법인은 4분기에도 회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가동 정상화에 따라 동남아시아 내에서 일반제품 판매를 늘리고 신규 고객을 확보해 올해 30% 수준에 그쳤던 고부가제품 비중을 내년 50% 수준까지 확대한다. 고부가제품은 일반제품 대비 판매가가 톤당 50~200달러 이상 높기 때문에 범용PP 제품 대비 높은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다. 베트남 법인의 고부가 제품 주요 수요처는 식품·음료용 용기와 의료용 제품인데 식품 용기는 유럽에서, 의료용 제품은 일본 판매가 확대되고 있다.
장현구 흥국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동남아시아 역내의 일반제품 판매보다 고부가제품의 역외 판매 비중이 과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