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경제가 뚜렷한 경기 반등 없이 ‘L자형’ 저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3일 ‘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 보고서를 통해 우리 경제의 근원적 복원력이 취약해진 탓에 경기 회복 강도가 미약할 수 있다면서 저성장 장기화 가능성을 제기했다. 글로벌 성장 둔화에 따른 수출 회복의 한계와 내수 부진 때문에 내년에도 경기 저점에 도달하지 못한 채 침체 국면이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세계의 성장률 격차가 금융위기 이전 5년 연평균 0.3%포인트에서 금융위기 이후 0.5%포인트, 2022~2028년에는 1.0%포인트까지 벌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보탰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저성장 장기화의 기로에 놓인 우리 경제에 다시 성장의 불을 지피려면 초격차 기술 확보와 신성장동력의 발굴·육성을 통한 수출 확대와 내수 진작이 시급하다. 그러려면 우선 기업을 옥죄는 규제 사슬을 과감하게 혁파해 기업들의 의욕을 북돋워야 한다. 하지만 연일 규제 개혁과 기업 살리기를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의 가시적 성과는 아직 미흡하다. 일례로 정부는 올 7월 첨단전략산업 유턴(국내 복귀) 기업에 대해 투자액의 50% 지원 계획을 밝혔지만 지방 반발에 밀려 수도권으로 복귀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 비율은 26%로 낮추기로 했다. 비수도권 복귀에 한해 45~50%가 지원될 예정이다. 반도체·2차전지 등 경제 안보와 직결되는 첨단전략산업 기업들의 투자를 적극 유치하려면 고급 인재 풀이나 인프라 면에서 경쟁력이 높은 수도권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데도 수도권 복귀에 대한 지원을 반 토막 낸 것이다. 균형 발전을 이유로 내세웠지만 선거를 앞두고 지방의 표심을 의식한 정부의 수도권 과잉 규제는 기업의 투자 결정에 찬물을 끼얹을 것으로 보인다.
낡은 규제의 틀에 얽매여 기업 투자 의욕을 되살리지 못한다면 저성장 터널에서 벗어날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 지난해 윤석열 정부 출범에 앞서 대다수 기업들이 경제 정책의 성공 요건으로 ‘미래를 위한 투자·인프라 지원’과 ‘규제 혁파를 통한 기업 혁신 유도’를 꼽았다는 사실을 되새겨야 한다. 신성장동력 점화로 우리 경제가 다시 성장 궤도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보다 과감하게 규제의 모래주머니를 제거해 기업의 투자와 혁신 의지에 불을 댕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