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회담 보름 만에…美, 中 겨냥 “다자 수출통제 필요”[뒷북글로벌]

러몬도 상무 "中 친구 아냐

코콤 같은 다자 접근 필요"

中은 생산 확대·비축 늘리는

광물자원법 개정 추진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지난달 15일(현지 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C) 정상회의 비즈니스리더 만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지난달 15일(현지 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C) 정상회의 비즈니스리더 만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달 15일(현지 시간) 미중 정상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웃는 얼굴로 만났지만 불과 보름 만에 양국의 갈등은 다시 고조되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해외우려기업(FEOC)’ 세부 규정을 발표한 데 이어 상무장관은 동맹국과 공동으로 대중 수출 규제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세계 희토류 공급망을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중국은 중요 광물 관리를 강화하고 나섰다.



2일(현지 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나 러몬도(사진) 미 상무장관은 이날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레이건 국방포럼에서 “중국은 매일 눈을 뜨면 우리의 수출 통제를 우회할 방법을 찾으려 한다”며 “우리는 매일, 매 순간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우리 동맹국과의 합동 수출 통제에 진지하게 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의 규제에 중국이 끊임없이 빈틈을 파고드는 만큼 빠르게 이를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날 러몬도 장관은 “중국은 우리가 지금껏 경험한 것 중 가장 큰 위협”이라며 “중국은 우리의 친구가 아니다”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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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러몬도 장관은 냉전 시대에 서방이 공산권에 대한 전략 물품 수출을 막기 위해 도입한 ‘코콤(COCOM·대공산권수출조정위원회)’과 같은 다자주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리가 미국 기업이 돈을 못 벌게 해도 중국이 독일·네덜란드·일본·한국에서 기술을 구할 수 있다면 무슨 소용이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미국의 빈자리를 한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이 채우면 미국 기업의 실적만 나빠질 뿐 중국을 견제하려는 본래의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고 외국 기업의 배만 불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미국은 우리 기업에 대중 수출 통제에 동참하라고 더 큰 압박을 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러몬도 장관은 엔비디아가 수출 통제를 적용받지 않는 ‘H20’ 등 중국용 인공지능(AI) 반도체 출시를 준비하는 것에 대해 미국 정부의 의도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업계와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을 위한 특정 성능의 반도체를 재설계하면 난 바로 다음 날 그것을 통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중국은 ‘광물자원법’ 개정에 나서며 미국의 조치에 맞불을 놓았다. 2일 관영통신 신화사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전날 리창 총리 주재로 상무회의를 열고 광물자원법 수정안을 논의·채택한 뒤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회의는 “탐사·개발과 저장·생산을 가속화하고 국제 협력을 심화하며 비축 시스템을 강화해 광물 자원의 기초를 튼튼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기술과 장비를 혁신하고 산업의 친환경화를 추진해 광물자원 산업망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지난 1992년 덩샤오핑이 “중동은 석유를 갖고 있지만 중국은 희토류를 갖고 있다”고 말했을 정도로 전세계 희토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이미 첨단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에 필수적인 갈륨·게르마늄·흑연에 대한 수출 통제에 돌입한 상태다. 아울러 지난달 7일에는 무역업자가 희토류·철광석 등에 대한 수출입을 당국에 실시간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중국의 일련의 조치는 미국이 대중 수출 규제 수위를 높인다면 중국도 희토류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2018~2021년 전체 희토류 수입의 74%를 중국에 의존했다.


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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