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이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과 공조해 세계 최초로 국내 디자인침해 범죄 사범에 대해 ‘보라색 수배’를 발부한다. 산업재산권과 관련된 분야에서 보라색 수배를 발부하는 것은 세계 최초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위권에 머물고 있는 지식재산권 보호 수준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허청은 27일 기술디자인특별사법경찰과 경찰청 인터폴국제공조담당관이 국내 디자인침해범죄 사범에 대해 인터폴 보라색 수배를 발부해 인터폴 196개 회원국과 공유했다고 밝혔다.
보라색 수배는 인터폴이 발부하는 8가지 수배서 중 하나로, 회원국 간에 새로운 범죄 수법을 공유해 유사한 초국경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에서 발부한다. 이번에 발부된 보라색 수배서 사례는 수사과정에서 포착된 신종 범죄수법으로 이른바 ‘로스’ 제품 위장판매 사건이다. 로스 제품이란 브랜드 기업이 불량을 대비해 위탁제조업체에 초과 발주한 제품에 상표를 붙이지 않고 판매하는 제품이다. 국내에서 발생한 사건에서는 원제품과 다른 원단으로 만든 위조상품을 로스 제품으로 속여 일반 가품에 비해 더 높은 이익을 남겨 판매했다.
산업재산권에 대해 인터폴 보라색 수배서가 발부된 것은 세계 최초다. 2011년부터 발부된 보라색 수배 1240여 건 중 한국에서 신청해 발부된 수배서는 마약 8건, 전화금융사기 3건, 해상납치 3건, 특수절도 1건, 총기 제조 1건, 밀입국 1건, 문화재 밀반출 1건, 산업기술 유출 1건 등 총 21건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보라색 수배 발부는 한국이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형사 분야에서도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활동을 통해 현재 중위권에 머물고 있는 글로벌 지식재산권 보호 순위 상승도 기대된다. 실제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이 발표한 올해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는 특허출원 건수와 특허 등록 건수는 64개국 중 지난해에 이어 4위를, 인구 10만명당 특허출원 건수와 인구와 10만명당 유효 특허 건수는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지식재산 보호 순위는 홍콩, 체코, 대만, 카타르 보다 뒤쳐진 28위에 그쳤다. 전년 대비 9단계 상승해 8년 만에 20위권으로 다시 진입했지만 여전히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인식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앞으로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특허청의 전방위적 노력을 전 세계에 알려 지식재산 보호에 힘쓰는 국가라는 점을 강조하겠다"며 "인터폴과 국내외 지식재산권 침해제품 생산·유통 관련 정보공유를 강화해 관련 범죄에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