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리스해 준 뒤 고객들이 지불한 보증금 수천억원을 돌려주지 않고 잠적한 리스회사 대표 등이 사기 혐의로 고소당했다. 해당 업체는 유명 개그맨 등을 이사·홍보모델로 앞세워 원금을 돌려준다고 약속했지만 다음 투자자의 돈으로 보증금을 돌려막는 ‘폰지 사기 방식’으로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와 연관된 딜러가 개그맨 이동윤인 것으로 밝혀졌다.
2일 서초경찰서와 업계에 따르면 B중고차 판매·리스 회사 유모 대표를 비롯한 회사 관계자에 대한 사기 등 혐의 고소장이 지난주 접수됐다. 이들은 고객들과 자동차 리스 계약을 맺을 때 받은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고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액은 2000억원에 달한다.
2010년 설립된 B사는 전국 각지에 지점을 둔 대형 중고차 판매 업체다. 업체는 소유한 자동차를 고객이 매월 일정 금액을 내면 계약 기간 빌려 탈 수 있는 리스 사업도 2017년부터 병행했다.
B사는 차량 대금의 30∼40%를 보증금으로 지불하는 대신 리스 비용을 저렴하게 책정해 준다며 홍보했다. 값싼 이용료와 유명 개그맨 출신 딜러 이씨와 유명 배우 등을 전면에 내세운 광고를 통해 고객을 끌어모았다. 해당 보증금의 70~80%는 계약 만료 시 반환하겠다는 조건도 내세웠다.
그러나 이들은 신규 고객의 보증금을 받아 기존 고객의 보증금을 돌려막는 이른바 '폰지 사기' 형태로 업체를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경기 악화로 신규 고객 유입이 끊기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들은 현재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 업체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는 1000~2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액은 인당 수천만원에서 최고 7억원까지 다양하다. 여기에 사태를 인지하지 못한 잠재적인 피해자까지 더하면 피해 금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B사 측은 사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유 대표는 회사 홈페이지에 입장문을 발표하고 “B사를 다시 정상적으로 유지할 순 없을 것 같다. 회사는 고객의 요청사항이나 피해에 대해 자구책을 마련해 시간이 걸릴지라도 회피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해 개그맨 출신 딜러 이씨는 이날 “현재 정신적으로 불안정해 치료를 받고 있다”면서 “한편의 이야기만 듣고 단정 짓지 않았으면 좋겠다. 곧 회사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양측 입장을 잘 듣고 판단하시길 바란다”고 일간스포츠에 전했다.
이씨는 지난달 26일에는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개그맨으로만 오랫동안 활동했지 회사 시스템이나 차량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유튜브 영상을 보고 몰랐던 부분을 많이 알게 됐다. 그동안은 지급 정지 같은 게 없었기 때문에 회사의 이런 판매 방식이 사기라는 생각을 아예 못했다. 다시 방송 준비를 하고 있다가 이런 일이 벌어져서 매우 당혹스럽다"며 "진심으로 죄송하다. 저로 인해 계약한 분들이 피해를 안 보셨으면 좋겠다"고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한편 이씨는 2005년 KBS 공채 개그맨 20기로 연예계에 데뷔했고 KBS 2TV '개그콘서트'에 출연하는 등 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중고차 딜러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밝혀 왔다. 몇몇 인터뷰에서는 "3년 동안 200대 이상을 팔아서 얼추 100억 정도의 판매고를 올렸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