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美·中, 신년 화해무드 이면에 반도체·2차전지 압박 [뒷북글로벌]

양국 정상 신년 축전 교환 한편에

반도체 장비·2차전지 견제 강화

패권다툼 지속에 대선 변수까지


미국과 중국 정상이 신년 맞이 ‘화해 무드’를 연출했으나 양국 패권 경쟁은 올해도 격화할 전망이다. 미국은 네덜란드 반도체 노광장비의 마지막 중국 수출분 선적을 막아서고, 올해부터 중국산 2차전지를 사용한 전기차에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는 등 노골적인 견제에 나서고 있다. 미국의 대 중국 글로벌 공급망 압박이 갈수록 강화되는 한편 대만과 미국 대선 등 변수가 많아 올해도 양국 관계는 긴장을 벗어나기 힘들다는 전망이 이어진다.

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에서 조우한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제공=연합뉴스지난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에서 조우한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제공=연합뉴스






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 요청으로 ASML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3대의 중국 수출이 취소됐다. 네덜란드는 올해부터 중국으로의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해 중국 기업들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ASML 장비를 사재기 해왔다. 이에 ASML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 또한 지난해 1분기 8%에서 3분기 46%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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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업계는 미국이 구형인 DUV의 판매를 타국 기업에 직접적인 압박을 넣으면서까지 막아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DUV는 TSMC·삼성전자 등 파운드리 선도 기업이 사용 중인 극자외선(EUV)보다 구세대 장비다. EUV의 파장은 13.5나노(nm)지만 DUV는 193나노로 굵어 초미세공정 구현이 힘들다. 미국이 구형 장비에까지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배경에는 ‘화웨이 7나노 쇼크’가 있다. 지난해 9월 화웨이가 발표한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에는 중국 파운드리 SMIC가 DUV를 사용해 자체 제조한 7나노 공정 모바일AP가 탑재됐다. 2020년 제재만으로 중국의 미세공정 진입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미국 정계는 충격에 빠졌다.

DUV로 만들 수 있는 28나노 이상 구형(레거시) 반도체 시장이 크다는 점도 제재 확대의 한 요인이다. 반도체는 온갖 전자장비에 쓰이는 만큼 반드시 고성능일 필요는 없다. 현재 수량 기준 글로벌 반도체 판매량의 75%가량이 구형 반도체고 중국은 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구형 공정 개발까지 막아서는 한편 엔비디아 등 미국 반도체 기업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 수출도 막아 중국의 인공지능(AI) 개발 속도 또한 늦추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중이다.

미국은 반도체가 아닌 2차전지 분야에서도 추가 제재에 나서며 중국을 압박 중이다. 미국 에너지부는 올해부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해외우려기관(FEOC) 규정에 따라 중국산 부품과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의 세액공제 혜택을 없앴다. 이에 따라 지난해 43개이던 세액공제 대상 차종은 올해 19개로 줄었다. 최대 7500달러의 지원금이 사라지며 자동차 업계의 탈 중국 배터리 행보가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양국 정상이 지난 1일 상호 축전을 보냈으나 이면에서는 미국의 대 중국 제재가 강화되며 올해 양국 관계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도 이어진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올해 신년사에서 “중국과 대만의 통일은 역사적 필연”이라며 대만 침공 의지를 재확인했다. 오는 13일 대만 총통 선거와 11월 미국 대선 등 변수도 많다. 로이터는 “대만과 디리스킹(위험제거), 미국 대선이라는 3대 현안이 양국 관계 개선의 암초”라며 “패권 대결 구도에 변화가 없어 격랑의 시기를 보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실리콘밸리=윤민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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