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국민연금이 포스코홀딩스의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에 대해 공정성 문제를 제기하자 후보추천위원회는 다음 날 새벽 곧바로 입장을 내고 반박했다. 후추위는 “최 회장의 지원 여부에 전혀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투명하고 공정하게 차기 회장 심사 절차를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받아쳤다.
그 뒤 닷새 만인 3일 후추위는 ‘최정우 제외’를 속전속결로 발표했다. 최 회장이 지원을 하지 않고 ‘용퇴’의 길을 택한 것인지, 지원했지만 후추위가 ‘컷오프’를 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공정성 및 독립성 문제를 정면 돌파하고 계획대로 절차를 밟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라고 재계에서는 해석한다. 포스코 차기 회장 선임을 놓고 또 다른 국면이 시작된 것이다. 무엇보다 3연임 도전에 나설 것으로 관측됐던 최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군에서 제외되면서 그룹 내·외부 후보 간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후추위는 이날 내부 후보를 대상으로 진행한 1차 심사에서 8명을 발표하며 “만장일치로 내부 후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여러 논란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후추위가 짠 일정에 맞춰 절차를 밝고 있다는 얘기다.
포스코는 이미 ‘셀프 연임’ 제도를 손보며 명분까지 충분히 쌓았다. 기존에는 포스코 회장이 연임 도전 의사를 밝히면 단독 후보가 돼 적격 판단을 받았다. 이것을 현직 회장과 여타 후보자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하도록 업그레이드했다. 최 회장의 명단 제외로 후추위 프로세스의 공정성은 일단 입증된 모양새다.
철강 업계 관계자는 “차기 회장 선임 과정에서 공정성 등의 문제를 돌파하고 후추위의 프로그램대로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세대교체에 대한 내부 요구도 있었을 것”이라며 “새 회장에 ‘젊은 내부 인사’가 중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이런 분위기가 심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회장이 차기 회장 후보군에서 제외되면서 결과적으로 후추위는 공정성과 투명성이라는 명분을 확보하게 됐다. 박희재 후보추천위원장은 “포스코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새 그룹 회장을 선발하는 중차대한 임무 앞에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끝까지 공정하고 엄정한 선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후추위는 경영 역량, 산업 전문성, 글로벌 역량 등 지난달 발표한 후보 기본 자격 요건을 기준으로 8명의 내부 후보자를 선정했다. 17일까지 외부 후보를 받아 20~30명 수준의 내·외부 ‘롱리스트’를 확정할 계획이다. 1월 말에는 다시 후보군을 5명 내외로 압축해 ‘쇼트리스트’로 좁혀 최종 후보 1명을 확정해 이사회에 추천한다.
내부 후보에는 그룹 핵심인 김학동 포스코 부회장, 정탁 포스코인터내셔널 부회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통인 정기섭 포스코홀딩스 사장도 후보군으로 언급된다. 내부 후보 선정은 포스코그룹 내 회장 후보 육성 프로그램을 거친 핵심 임원진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사실상 주요 계열사 사장급 인사들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 인사로는 권영수 전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과 포스코 OB(전직 임원)들인 이영훈 전 포스코건설 사장, 조청명 전 포스코플랜텍 사장, 황은연 전 포스코인재창조원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