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이 올해 역대급 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글로벌 부채가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 40여 개국에서 예정된 전국 단위의 선거가 향후 재정건전성을 좌우할 최대 변수로 떠오른 모습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8일(현지 시간)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를 인용해 올해 미국이 2~30년 만기 국채를 총 4조 달러가량 발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발행한 3조 달러에서 33%가량 늘어난 규모다. RBC캐피털마켓은 미국의 국채 순발행액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9월까지 1조 6000억 달러에 달해 역대 두 번째로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록적 국채 발행은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나타나는 흐름이다. 경기 둔화로 세수가 한정된 상황에서 정부 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국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최근 고금리로 차입 비용이 급격히 오르며 정부 입장에서 더 많은 자금이 필요해진 측면도 있다. FT는 “영국의 올해 국채 순발행량은 지난 10년 평균보다 3배 많을 것으로 보인다”며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많은 발행액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의 대형 은행 냇웨스트는 유로존 내 주요 10개국의 국채 순발행액이 올해 총 6400억 유로로 지난해보다 18%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신흥국을 보면 멕시코가 사상 최대 규모인 75억 달러어치의 국채를 연초 시장에 내놓았으며 인도네시아·헝가리·폴란드 등의 국채 발행이 잇따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크게 늘어난 전 세계 정부 부채가 또다시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각국에서 굵직한 선거가 치러지는 탓에 정치인들이 지출 억제를 꾀할 유인도 부족한 상황이다. 국제금융협회(IIF)는 “다가오는 선거가 포퓰리즘 정책으로 이어지면 정부 차입은 더 늘어나고 재정지출 억제 기조는 보다 약해질 수 있다”며 “이는 이미 이자 부담이 높은 수많은 채무국들의 부담을 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재정적자를 둘러싸고 여야 갈등이 극심한 미국의 경우 2022년만 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 비중이 4% 미만이었지만 향후 4년간 6.5~8%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