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는 지난 연말 미국 경제 연착륙을 거의 확신하는 듯한 랠리를 보여줬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기대치 이상으로 둔화한 반면 경제 지표는 견조한 수치들이 나타나자 이에 반응한 것이다. 채권 시장 역시 호조를 보이며 더 이상의 금리 인상이 없을 거란 기대감을 나타냈다. 새 해 들어 주춤하고 있지만 주가는 이미 9월 말 대비 10%가까이 상승한 상태다.
그러나 경기 연착륙이 기정사실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미국 밖으로 눈을 돌리면 영국은 아직도 높은 인플레이션에 신음하고 있고, 유럽의 물가상승률은 떨어지고 있지만 경기 침체에 접어드는 모습을 보인다. 미국 역시 정부의 과도한 공공 부채 및 국제통화기금(IMF)이 지적한 글로벌 금융 안정성 등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는 않은 상태다.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할 때 향후 경기 전망은 크게 세가지 경우로 나눠볼 수 있다. 특히 가능성이 높은 것은 국가별로 경제상황이 다르게 나타나는 ‘각개전투’ 시나리오다. 이는 미국에서 노동 시장의 성공적인 리밸런싱이 지속되고 재정정책이 투자 증가와 생산성 촉진의 선순환을 이룬다는 가정에서다. 미국은 연착륙에 성공하지만 이같은 예외적 상황이 없는 국가들은 경기침체를 겪게 될 것이다. 특히 유럽은 스테그플레이션을, 중국은 부동산 시장 부진에 따른 침체를 각각 맞을 수 있다.
물론 시장의 기대처럼 글로벌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하는 것이 불가능은 아니다. 다만 이 시나리오는 인플레이션의 주요인이 공급 감소여서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재편이 가격 하락으로 작용할 경우에만 현실화할 수 있다. 이 같은 시나리오가 실현될 확률은 약 10%정도로 셋 중 가장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
끝으로 전세계 경제가 한꺼번에 경기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40%정도로 높은 편이다. 경제 성장이 상대적으로 견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인플레이션이 재점화할 여지가 여전히 남아있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인플레이션 둔화를 위해 경기침체를 일으킬 정도의 긴축적 통화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 현재 미국에서 지속적으로 인플레이션이 크게 하락하는 추세를 보면 재상승한다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물가 상승률이 두 자릿수에 육박한 경우에는 인플레가 둔화했더라라도 다시 기승을 부린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물론 현 상황을 지나치게 비관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특히 미국이 경기 침체를 겪을 확률은 40%정도로 예상되는데 이는 지난 1년을 통틀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다만 연착륙을 무작정 확신하기에는 아직도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인 것은 고려해야 한다. 갈림길에서 어떤 선택을 할 지 다각도로 고민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자세가 투자자들에게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