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삼성전자(005930)가 지난해 4분기 ‘어닝 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지만 올 해는 메모리 업황 반등에 힘입어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조 8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5.03% 감소했다.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돌자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2.35% 급락한 7만 47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증권사들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비메모리 사업의 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더뎠고 모바일경험(MX)과 영상디스플레이(VD)·가전 부문 역시 실적이 부진해 큰 폭으로 ‘어닝 쇼크’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박유악 키움증권(039490) 연구원은 “비메모리 부문은 고정비 증가와 수율 부진, 8인치 파운드리 시황 악화 등으로 인해 9000억 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한다”며 “생활 가전 부문은 수요 부진 등에 따라 전 분기 대비 영업적자 폭이 확대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반도체 감산에 따른 영업 비용이 여전히 크고 수요 침체로 영상 디스플레이(VD)·가전이 적자를 기록했다”며 “메모리 반도체 실적이 좀 더 탄력적으로 개선되기 위해서는 가격 급등과 가동률 상승이 동시에 진행될 때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증권사는 삼성전자의 실적 개선 추세가 점진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은 그대로 유지했다. 류영호 NH투자증권(005940) 연구원은 “4분기 공격적인 출하에 따른 재고 감소는 긍정적”이라며 “1분기 계절적 비수기 영향으로 실적 회복 속도는 제한적이나 최근 메모리 판가 상승과 D램 흑자 전환,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을 감안하면 하반기로 갈수록 실적 회복 속도는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느리지만 업황 바닥은 지나 개선 중이며 상반기에 선진국 금리 인하 사이클로 진입한다면 연말부터는 본격 회복세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하이투자증권과 BNK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기존 8만 3000원, 8만 2000원에서 8만 7000원, 8만 6000원으로 각각 상향하기도 했다.
반면 금융투자업계는 지난해 4분기 어닝 쇼크를 기록한 LG에너지솔루션(373220)에 대해서는 올 해 초반까지 실적 부진이 이어질 수 있다며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3382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2.5% 늘고 직전 분기보다는 53.7% 줄었다고 전날 밝혔다. 이는 약 5900억 원 수준이던 시장 영업이익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북미와 유럽 내 전기차 수요가 급격히 둔화했고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의 전기차 재고가 상당히 높은 수준까지 증가했다”며 실적 부진의 배경을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이어 “에너지저장장치(ESS) 매출이 전력용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전 분기보다 3배가량 증가하며 수익성 개선이 뚜렷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예상 대비 비용이 증가하면서 개선 폭이 제한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도 “이번 실적 발표를 통해 유럽을 중심으로 한 전방 수요가 예상보다 더 부진하다는 것이 파악됐다”며 “또 리튬 가격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와 수요 지연으로 단기 실적 불확실성이 확대된 점을 재차 확인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