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지쓰가 영국 우체국 회계시스템 스캔들과 관련해 도덕적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17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후지쓰 유럽 대표 폴 패터슨은 16일(현지시간) 영국 하원에 출석해 자사의 회계 소프트웨어 ‘호라이즌’ 오류와 관련해 시스템 결함을 인정하고 “진지하게 사죄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국 우체국 회계 시스템 스캔들은 영국 우체국이 1999∼2015년 사용한 후지쓰의 회계 프로그램 ‘호라이즌’ 오류로 인해 우체국 지점 점주 등 700여명이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사건이다. 우체국 창구 현금 잔액이 시스템상 수치와 일치하지 않아 발생한 일로 일부는 억울하게 감옥에 갔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영국 사법 역사상 가장 큰 오심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2021년 공적인 독립 조사가 시작돼 지금까지 진행 중이다. 이달 들어 이 사건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진상 규명 요구는 더욱 확산하고 있다.
폴 패터슨 대표는 배상에 대한 추궁에 “회사에는 (배상에) 공헌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그것(배상)을 판단할 적절한 시기는 우리의 책임이 명백해진 때”라고 말해 배상이 즉각적이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고 아사히신문은 전했다.
영국 정부는 피해자 배상 규모가 10억 파운드(약 1조 69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후지쓰의 책임이 인정될 경우 부담액이 수천억원에 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편 후지쓰 글로벌 최고경영자(CEO)인 토키타 타카히토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BBC와 만나 이 스캔들과 관련해 “큰 이슈로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겠느냐는 질문에는 “당연하다. 점장들의 삶과 가족들에게 미친 영향에 관해 사과했다”고 했다. 다만 호라이즌 수익금을 반환할지를 두고는 답변을 거부했다고 BBC는 전했다.